용접기술은 제조업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국내 용접기술인력의 부족을 호소한 바 있고 그런 측면에서 용접기술인력의 양성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절실한 과제 중의 하나가 아닐까도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나름의 주관으로 기술사 자격을 취득하였고 같은 방향을 향하는 분들에게 혹시나 도움이 될까 후기를 남겨봅니다.

참고로 저는 용접/금속으로 방향을 전환한지 10년만인 2017년에 자격을 취득하였습니다. 기술사를 염두에 두고 미리 조금씩 준비를 해두었더니 시험준비가 크게 부담되진 않았습니다.

기술사 자격취득을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용접뿐만 아니라 기술사 자격의 검정범위는 상당히 넓기 때문에 준비하는데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잘 정렬된 지식과 논술 능력이 바탕이 된다면 충분히 도전 가능한 자격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시겠지만 기술사는 이론적인 부분만 아니라 실무적인 부분까지 검증을 하여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모두를 다 겸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론은 기본서(?)로 준비가 가능하다 하지만 실무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익히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실무와 다소 동떨어진 업무를 하시는 분들은 주위의 인맥을 동원하여 이론과 실무를 병행하여 학습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본 후기는 기술사 자격을 취득하고 난 이후에 느낀 것을 정리한 것이며 시험 준비하는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었습니다. ^^  

1. 용접 기술사 학습범위

가. 금속 야금학 : 응고와 변태

나. 금속 소재(metallic material)

다. 용접 프로세스와 소모재(용접재료 및 실드가스 등)

라. 용접결함의 종류와 억제

마. 검사 및 시험법(파괴 및 비파괴 검사)

바. 용접 시공법

사. 용접절차 및 용접사 자격인정(qualification)

아. 용접부 강도/파괴, 금속손상 진단 및 용접설계

자. 아크 물리

차. 금속 열처리

카. 각 산업 분양별 용접특성\

 

2. 추천 서적 및 자료

가. 대한용접접합학회 편람 (기본서)

나. AWS Handbook (기본서)

다. Welding Metallurgy (Sindo Kou 저)

라. 그림으로 설명하는 금속재료

마. 신금속재료학 (양훈영 저)

바. 용접강도 핸드북

사. 금속손상진단 (미텍 엔지니어링)

아. 대한용접접합학회 논문 및 TWI/AWS 저널

자. 용접재료사/강재사/용접장비제조사 기술자료 ex) KOBELCO TODAY 등

 

3. 학습 및 준비

기본서 혹은 시판되고 있는 용접기술사 수험서를 가지고 무작정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그 전에 전체적인 목차를 완성하고 큰 줄기를 잡은 뒤에 거기에 이론과 실무를 고루고루 섞어서 살을 붙여 나가는 것이 좋다고 여깁니다. 다소 모호한가요?

저는 위에서 말씀드린 '용접기술사 학습범위'를 큰 줄기로 정하여 밑그림을 그렸고 거기에 관련된 내용들을 섭렵하여 그림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여전히 그림을 완성하지 못하여 계속 잔가지를 치고 새로 그리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줄기)은 200여 페이지의 자료에 불과했지만 기술사 필기시험을 합격할 무렵에는 무려 1600 페이지가 되더군요. 흔히들 얘기하는 암기용 '서브노트'는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개인 자료가 준비가 되면 누가 보아도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내용을 자신만의 글로써 정리해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기사 시험과의 큰 차이점이자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자신만의 글로 쓰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수험자 분들이 이전에 자격을 취득했던 사람들이 정리한 서브노트를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전부 서술형입니다. 비교적 단순 서술형인 1교시를 제외하고는 2~4교시는 어느 정도의 서론/본론/결론의 틀을 갖추어야 합니다. 정답은 없어요. 얼마나 답안을 논리적으로 설득력있게 잘 작성하느냐가 고득점의 비결이라 생각됩니다.

일반적으로 기술사 시험 답안은 평균적으로 30 페이지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몇 페이지 이상이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으니 절대 부담 갖지는 마세요.

채점관은 수십명의 답안을 읽어야 할 것입니다. 밋밋한 답안에 피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채점관으로 하여금 뒷부분까지 읽고자 하는 의지를 도입에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답안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간결해야 하며 논리적이고 직관적이어야 합니다.

도입의 작성은 충분한 실무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용접부 피로강도에 대한 문제가 나왔는데 피로강도의 정의는 뭐고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며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뭐다. 이런 식은 너무 정형화되어 보입니다. 그래서 학습을 하실 때, 실무와 연계해서 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서두에 '어느 부위에서 피로파괴가 많이 발생하더라'와 같은 사례를 담는다면 더욱 빛을 발하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논문을 많이 보는 편입니다. 대한용접학회나 AWS 저널을 통해서 많이 접했습니다. 구글을 통해서도요~ 간혹 신기술에 대한 것들은 스크랩을 했죠. 내용을 정리를 해서 큰 줄기 중에 해당되는 부분에 가서 살을 붙입니다. 그러면 가령, 동일 프로세스에 대해서 답안을 작성하더라도 채점관에게 유익한 정보를 한 줄 첨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브 노트나 남들이 이미 해놓은 것에 의존하지 마실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 누군가 그러더군요~ 거기에 의존하는 순간 그 이상의 것이 보이지 않는다구요. 차라리 준비 기간을 다소 길게 잡더라도 차곡차곡 굳건히 지식을 다져가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4. 시험 요령

가. 필기시험

100분씩 총 4교시에 걸쳐 시험을 칩니다.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시간 안배를 잘 하셔야 합니다. 1교시는 13문제(?) 중에 10문제를 선택하고 2~4교시는 6문제 중에서 4문제를 선택하여 답안을 작성합니다.

1교시는 1문제당 10분, 2~4교시는 25분의 시간이 소요되겠죠. 그런데, 문제를 고르는 데에도, 문제를 읽고 답안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지 구상을 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즉, 실질적으로 답안을 작성하는 시간은 더 적다는 것입니다.

구지, 문제수를 다 채우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긴가민가한 문제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 보다는 상대적으로 잘 아는 문제에 대한 답안을 더욱 잘 써서 점수를 더 받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접기호와 용접부 설계 계산 문제는 매 시험마다 꼭 한 문제씩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글자를 많이 쓸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답이 틀려버리면 서술형 문제에 비해서 점수를 훨씬 못 받는다는 단점이 있으니 판단을 잘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다소 쉬운 문제일수록 채점기준은 더욱 까다롭게 적용되리라 예상합니다.

답안 작성 양식을 일관성있게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서론/본론/결론 사이에 한 줄씩을 비워서 확실히 구분을 짓고 각론이 두 단락 이상일 경우에 그 단락 사이도 한줄씩 비워서 논리의 일단락과 재시작을 구분하는 것도 묘일 것 같습니다. 반드시 서론/본론/결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며 남들이 봤을 때 '아! 이게 서론이겠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적절한 소제목으로 구분해도 좋습니다. 

하루종일 글을 쓰다 나와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본인에게 맞는 촉감 좋고 부드러운 펜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나. 실기(면접) 시험

실기는 서울 휘경동 산업인력공단 서울지부에서 치릅니다. 오전/오후 조로 나뉘며 3인의 면접관을 대상으로 대략 30분 정도 질의응답을 합니다. 면접관은 기술사 자격을 취득한 교수님 그리고 실무에 종사하고 있는 선임 기술사 2분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질문은 돌아가면서 하는데 질문 수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무슨 일을 하냐?', '기술사의 책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기술사가 되면 무엇에 가장 가치를 두고 싶냐?' 등과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 질문부터 용접야금/프로세스/비파괴검사/용접강도/변형/잔류응력/용접시공 등 답이 비교적 명확한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필기시험에 합격한 분들이라면 70% 이상은 답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떨어진 사람들 중에는 개인 스스로 만족스럽게 답변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져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면접 그 자체 외에도 다른 평가 기준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기 시험 응시접수 시, 작성하게 되는 이력카드(용접기술과 관련하여 어떠한 이력이 있는 지를 기록하게 됩니다. 세부적으로 조금은 포장을 해서 작성하시는 것이 좋습니다.)와 관련 자격증, 면접태도 그리고 면접 내용 등이겠지요. 지금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합부의 결정은 면접관 고유의 권한이라고 생각되고 각 항목별로 가중치를 두는 것도 그때그때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매 면접 때마다 면접관의 조합이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딱 이렇다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합니다.

면접관들 조차도 본인의 주 분야를 벗어나면 모르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자기가 잘 아는 분야의 질문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것과 동조될 수 있다면 비교적 만족스러운 답변을 할 수 있을테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임기응변도 필요하다 여기고 이왕이면 틀리더라도 당당하게 틀리는 것이 조금 더 나아보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답변을 잘못할 수도 있으니 '죄송합니다'라는 표현보다는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라는 표현이 나아보이기도 하구요.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상당히 많으니 그런 경우에는 정확한 의도에 대해서 되묻는 것도 필요하구요. 갑과 을의 관계다라고 여기기 보다는 쉽진 않겠지만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여기고 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5. 마무리

기술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인에게 부여되는 자격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객관식처럼 명료하게 선이 그어지는 유형의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시험결과에 만족 못하시는 분들도 제법 있더군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대부분 기술사 수험생분들은 피나는 노력을 하십니다. 시험에 떨어지는 것은 학습이나 경험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분을 매료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정답이 없고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데 주관이 충분히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안타깝지만 어느 정도의 운도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첫 시도에 실패하더라도 꼭 본인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좌절하거나 분노하지 마시고 한번 더 지식을 굳건히 다질 수 있는 찬스라고 위로 삼아보심이 어떨까요? 기술사 자격은 그저 거들어 줄 뿐, 엔지니어라면 자격에 상관없이 끊임없이 내공을 쌓아가야 할테니까요.

위에서 구구절절히 말씀을 드린 것은 어디까지나 제가 기술사 자격검정에 대해 생각한 것들이며 다른 분들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재료/용접기술자를 천직으로 삼고 있는 일인으로써 같은 뜻을 두고 있는 주위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싶어 주제넘게 후기를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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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2018-07-26 22:43

기술사 합격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주 Detail하면서도 큰 그림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 주셨네요. 쓰여진 글만으로도 내공을 확실하게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서로 좀 늦게 만났고, 아직도 잘은 모르는 부분이 훨씬 더 많지만 이렇게 온라인에서라도 자주 접하면서 좋은 인연 오래 잘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 초 겨울에 경주에서 뵙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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