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이스라엘 과연 손놓고 있나>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 이번 전쟁에서 군사.정보전문가들의 가장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다름아닌 이스라엘의 지원 여부다.
이스라엘의 지원 여부에 따라 미.영 연합군의 작전 성공 가능성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라크를 위시한 중동권의 정보를 이스라엘 만큼 신속, 정확하게 수집.분석하는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자랑하는 미.영 정보당국조차 중동권 관련 정보에는 이스라엘에 비해서는 하수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 국가안전국(NSA) 등 미국의 정보기관과 영국의 대외정보국(MI6) 및 국내정보국(MI5) 등은 평소에도 다양한 채널을통해 이스라엘로부터 중동권 관련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물론 정보 제공에는 `공짜`가 없는 법. 이스라엘은 정보 제공의 대가로 미.영으로부터 대외군사지원(FMS) 프로그램을 통한 최신군사장비 구매 특혜에서부터 경제회생을 위한 차관도입에 이르기까지 각종 특혜를 누려오고 있다.
◆`후세인 킬러` 모사드 = 지난 1차 걸프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전쟁에서도이스라엘의 `보이지 않는`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국제군사.
정보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라크에 대한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공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것이 바로 지난 1981년 3월15일 바드다드 북쪽 알-투웨이타(Al-Tuweitha) 원자력연구소에 대한 성공적인 기습공습이다.
프랑스의 지원으로 핵보유국의 꿈을 키워가던 이라크는 이스라엘 대외정보부(모사드)의 일선공작원(katsa)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정밀분석작업을 벌인 결과 이시설이 이스라엘의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미국제최신예 F-15 요격기 및 전투기를 동원, 후세인의 기도를 물거품으로 만들어놓았다.
모사드는 또 지난 1990년 3월22일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암살을 전문으로 하는특수공작팀(kidon)을 동원, 포(砲) 탄도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던남아공 출신의 캐나다 과학자 제럴드 불 박사를 살해했다.
반(反)유태 성향이 강한 불 박사는 후세인의 특별요청으로 고폭탄두는 물론이고생화학탄두와 심지어는 중소형핵탄두까지 탑재, 이스라엘을 사정권에 둔 `슈퍼건`(Super-gun)의 설계와 제작을 책임진 인물이었다.
이스라엘의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그는 후세인으로부터 2천만달러의 특별자금을 얻은 뒤 포신만 150m에 가까운 `바빌론`(Babylon) 3문에 대한 제작을 진행하다자신이 경영하는 회사가 위치한 브뤼셀에서 암살을 당했다.
불 박사 암살 이후 슈퍼건계획은 사실상 중단돼 후세인은 이스라엘의 방해공작으로 또 다시 좌절을 맛봐야 했다.
◆이번 전쟁에서도 모사드.아만 맹활약 예상 = 이번 전쟁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모사드와 군사정보부(아만) 비밀요원들이 맹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활약상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이동식 스커드미사일발사대의 위치와 후세인 등 이라크 지도부의 행방이다.
산하에 델타포스(Delta Force), 해군특수전연구개발단(DevGru) 및 제160특수항공연대(Night Stalkers) 등을 두며 대(對)테러전 등 특수임무를 담당하는 미국의 합동특수전사령부(JSOC)는 이미 지난 1차 걸프전 당시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JSOC는 인공위성과 정찰기 등 첨단장비를 동원해서도 좀처럼 파악이 힘들었던이라크 서북부 지역의 이동식 스커드미사일 발사대들을 모사드와 아만의 도움으로마치 `자를 잰 듯` 정확히 파악, F-16, A-10기 등을 통한 공습이나 제한적인 목표타격(Direct Action)으로 무력화하는데 성공했다.
모사드와 아만은 1차 걸프전 이후에도 아랍계나 구미계 비즈니스맨 등으로 가장한 공작원들을 바그다드나 예상 배치지역에 잠입시켜 발사대의 정확한 배치위치 및이동경로와 심지어 발사를 책임지는 포대장의 성향과 가족.연인관계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와는 별도로 국방부 직속으로 지난 1976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엔테베공항여객기 납치사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이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국방부 직속의 정찰.특수임무 전담부대 샤이렛 매트칼과 아랍인들로 구성된 사막전 전문 정찰부대 샤이렛 두베데반, 도청을 전문으로 하는 NSA의 이스라엘판인 8200부대, 아랍인들을 공작원(간첩)으로 포섭, 양성하는 504부대 등도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인 후세인 등 지도부의 행방추적과 관련해서는 모사드는 지도부 내부에 깊숙이 심어둔 `두더쥐`(moles)들과의 비밀접촉을 통해 은신처의 위치나 경비상황, 취약점 등을 파악한 뒤 미.영과 흥정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
또 아만도 군지휘부에 심어놓은 두더쥐 등을 이용, 후세인 정권에 대한 쿠데타나 이탈 등을 유도하거나 방어진지, 생화학무기 배치상황 및 이동경로 등 군사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을 것으로 국제군사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철저한 비밀주의로 실리 추구 = 그러나 아직까지 이스라엘이 지원을 하고 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확인이 어려운 것은 아랍권의 지지가 전혀 없는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개입 사실이 드러나면 이를 `기독교권과 이슬람권 간의십자군전쟁`, `성전`으로 확대하려는 후세인의 전략에 그대로 말려들 우려 때문이다.
1차 걸프전 당시 이스라엘에 대한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 공격에 발끈한 이스라엘이 참전의사를 노골화하면서 참전을 방지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은 미국으로서는어느 경우라도 이스라엘의 지원 사실을 밝힐 수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제사정이 최악인 이스라엘로서는 미국의 이런 약점을 실리 추구에 최대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으로부터 예년보다 배가 늘어난 FMS를 받고있는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에 대한 간접지원을 통해 미국이 약속한 900억달러의 은행보장과 차관금리 인하를 서두르는 등 국가이익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shkim@yna.co.kr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