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 자리를 통해 인사를 드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전문가 칼럼이 제일 편할 것 같아서 이 자리를 통해 여러 회원분들께 인사드립니다.

 

저는 국내에서 GS, 삼성, 현대, 그리고 SK를 거쳐서 32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 연말에 사우디로 나왔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10월 초에 회사에 이제 그만 두겠다고 선언을 했고, 그 이후에 이런 저런 준비와 마무리 과정을 매우 바쁘게 보냈습니다.

12월 27일에 서울을 출발했고, 지난 시간 수없이 다녔던 출장길이 아닌 본격적인 정착지로서 사우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현재 국내 EPC 회사들이 다들 스스로 더이상 Red Ocean으로 평가하는 O & G EPC 시장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저와 같은 전문 엔지니어들이 스스로의 역할과 기여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건도 갈수록 줄어 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건설 산업이 왜 하루 아침에 친환경이 아니라고 평가되고, 그래서 이제는 접어야 하는 구시대의 경쟁력 없는 사업으로 구분되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참 많이 아쉽고, 그 과정에서 그저 열심히 엔지니어의 역할에 충실했던 많은 선후배 엔저니어들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더더욱 큰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담당했던 업무는 품질그룹장이었으며, 아마도 제가 그냥 그냥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제 직장 생활의 일정을 정년까지 이끌어나갈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막연한 기대값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75세까지 현업에 참여하겠다는 저의 목표를 고려할 때에, 그리고 정년 그 이후의 시간을 고려해 보면, 더 늦기 전에 제 역량과 이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자리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전문가로서 그룹임원의 자리에 까지 오른 사람이 왜 갑자기 제발로 회사를 때려치는지, 해외 그것도 열사의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로 나간다는 것인지에 대해, 미쳤다는 평가도 들었고 우려와 기대의 많은 조언을 접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는 더 없을 것 같기에 미련없이 새길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사우디와 미국을 놓고 고민을 했으나, 퇴임 과정에서 확인한 여러 아쉬움과 무엇 보다 언어와 생활에 대한 고민끝에 사우디로 결정했습니다.

IMF이후에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하나의 직장에 매달리기 보다는 평생 직업의 세상을 얘기하고, 지난 30여년의 직장 생활을 통해 급여와 서비스의 제공을 매개체로 하는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역학 관계에 대해서 많은 간접 경험을 했었으나, 선택과 선언 이후에 회사가 바라보는 임직원에 대한 이미지도 다시 한번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발로 나가는 사람이기에 전통적으로 퇴임 임원들에게 해 주던 재직기념패나 기념 금명함도 해 줄 수 없다는 회사의 통보를 받으면서, 왜 좀더 진작 내길을 찾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도 가슴 깊이 가져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이며, 아람코 산하의 전체 공장들 뿐만 아니라 국내 S-Oil 이나 SATOP등 아람코가 지분 참여한 JV 회사들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기술적인 문제점을 관리하는 신설 조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아람코 전체에 한국인은 약 1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숫자는 잘 모르겠으며 제가 거주하는 Ras Tanura에는 20여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서 소개한 신설 조직에서 금속재료와 부식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제가 일하는 조직에 한국인은 없고 사우디 사람이 대략 70%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캐나다, 남미 등 해외에서 온 용병들입니다.

 

아침 출근은 서울에서의 생활과 동일하게 6시 30분 전에 출발하고 오후 3시가 되면 퇴근합니다.

처음에는 퇴근 이후의 삶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라서 멍하게 시간을 때우기도 했으나, 차츰 이런 생활도 적응이 되어 갑니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녁 문화가 부족하다 보니 대개 10시 전후해서 잠에 들고 4시 전후에 일어나서, 거의 서울생활과 연계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하루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거주지는 아람코에서 가장 오래된 정유공장인 Ras Tanura의 Aramco Camp이며, 여기는 외부인들이 예상하는 사우디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낙타가 오고 가는 황량한 사막만을 연상하시는 분들에게는 아래 사진이 많이 낯설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는 여자들도 반바지에 소매 없는 옷이나 몸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 운동복을 입고 산책이나 조깅을 합니다.

단지 내에서 수영장과 18홀 골프장이 있고, 테니스장이나 기타 다양한 시설들이 있으나, 시원하게 맥주 한잔 즐길 여건이 없다는 것은 많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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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집 앞에 있는 해변이고, 한낮에는 솔직히 햇볕이 좀 뜨겁습니다.

이제 봄이 되면서 점점 더 더워지고 햇살이 뜨겁게 느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단지내에 미국 Jonhs Hopkins University 병원이 있어서 치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의료 서비스가 무료이고, 각 집에 전기와 수도도 무료로 제공됩니다.

그러다 보니 다들 24시간 온도를 자동으로 설정해 놓고 생활하고 있으며, 밤이 되어도 굳이 외부 전등을 끄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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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의 공원(?)인데, 오후 시간이 되면 동네 아이들이 나와서 제법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릴적 흙장난 하던 기억을 여기서 낯선 외국 어린이들 사이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단지내에 우리네 기준으로 초등학교 부터 고등학교까지 국제학교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고,  여기는 학원이 없으니 애들이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겠죠.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갈 시점 즈음이 되면 다들 애들의 진학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스위스 국제학교 같은 곳에 많이 저렴한 가격으로 회사에서 알선을 해 준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부모된 입장에서 특히 한국인의 정서상 애들의 장래에 대해 고민이 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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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집은 아래층에 차고와 부엌 그리고 거실과 식당이 있고, 2층에는 침실이 3개 있는 전형적인 미국식 2층 집입니다. (위 사진은 제 집이 아닙니다.)

제공되는 집은 직급 보다는 가족 숫자에 따라 제공되는 집 크기가 다들 조금씩 다르며, 앞뒤 마당은 잔디가 깔려 있고 미국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집 앞뒤의 작은 마당을 직접 관리하거나 매달 약간의 금액을 제공하고 Gardner를 고용해서 관리해야 합니다.

 

근황을 소개하다 보니 다분히 자랑처럼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네요.

요즘 인터넷이 워낙 좋고 다들 온라인 업무 문화가 확대 되다 보니, 거리와 시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에서 진행하던 많은 일들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멀리 있어도 지식과 정보의 무한 공유를 통한 엔지니어를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다들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바라며, 함께 하는 엔지니어 세상을 위한 노력에 항상 감사합니다.

 

운영자 대표 이진희 드림

리피치프 2022-02-18 17:04

항상 맥주를 제일 아쉬워하시는 것 같습니다. ^^ 마지막 사진은 하늘이 정말 파랗네요.

천하제일용접사 2022-02-18 17:21

그렇지 않아도 운영자 대표님의 근황이 많이 궁금했습니다.  다행스럽게  연착륙 소식을 이렇게 남겨주셔서 격하게 감사드립니다.  별안간 먼 열사의 사막으로 가신다고 해서..ㅎㅎ 아마 많은 회원분들이..."길읽은 양" 처럼  걱정을 많이 했을 겁니다.   세계 최고의 회사에서  계속 건승 하시길 바라면서 종종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baegada 2022-02-18 23:57

대표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코믹 2022-02-19 07:23

구궁궁궐도 가족과 맘에 맞는 지인이 없으면 외롭죠. 기술이나 몸을 잘 만드셔서 돌아오시길!

이곳이 기초공학과 선진공학을 잘 다루는 공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요.

집단이 바보가 될때도 있고, 엄청난 능력을 발휘힐 수도 있습니다. 어떤 집단이 될지는 그 집단의 일원이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이공간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TGOO 2022-02-21 07:43 추천: 1 비추천: 0

자세한 소식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도 중동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국제학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나 재외국민 특별 전형으로 국내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 좀 더 용이하고 덜 경쟁적인 방법으로 대학입학을 할 수 있는 부분이구요. 이는  외국 거주 외교관과 같은 수준입니다. 개인적 생각은 중동 포함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관리자 2022-02-21 18:44

애들이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상황만 아니라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며, 그런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부모라면 다른 많은 것들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칭찬 받을만 하다고 봅니다.

아쉽게도 우리는 애들이 이미 모두 다 커버렸네요.

이제 1년 반 남짓 남은 아들놈 학업만 무사히 잘 마치면 나도 칭찬 까지는 아니어도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정도는 된다고 느끼는 데, 결과는 항상 두고 봐야죠.

지난 시간 객지에서 고생 많았을 텐데 앞으로 항상 가족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랍니다. 

아마도 몇년 뒤에는 나도 근처로 가서 가까이 지낼 수 있을 겁니다.

ThomasEun 2022-02-21 11:43

새로운 곳에서 더 많은 경험과 좋은 Networking 쌓아나가시길 기원합니다.  주위에서 개최되는 국제 심포지엄이나 사내 발표회도 적극 활용하시어 한국인의 위상을 멋지게 발휘하시길 바라며 매일 운동으로 건강도 잘 챙기세요.

ㅋㅋㅎ 2022-03-06 00:16

한국에서 빛나는 분은 세계에서도 빛난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그리고 꽃게탕, 감자탕, 그리고 젖갈이 그리울 나라에서 기술보국 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나마 매스미디어가 발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봄인사를 드리며 또 그리고 또또 건강 하시길 기원합니다.

 

김기혁 기술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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