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한지가 2년이 다 되어 간다.
지난 2년간 여러가지 어려움도 많았고, 그 과정에서 기꺼이 도움을 주는 많은 동료들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이곳에 온지 오래된 한국인들에게서 특이한 면들을 느끼게 된다. 이는 과거 20여년 전에 한참 미국과 캐나다 기술이민이 활발할 당시에 이민을 간 사람들에게서도 느껴지는 비슷한 상황이다.
이러한 한국인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오래전에 한국에서 누구나 다 아는 한국으로 귀화한 어느 외국인의 특강을 들었던 오래전의 기억을 먼저 떠올려본다
당시 그 사람은 한국인의 세계화에 대해서 특강을 하면서, 우리가 아직 멀었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
그 사례로 ATM기에서 달러를 찾을 수 없다거나, 양수리 같은 시골에 가면 ATM기가 없다거나, 신용카드가 되지 않는 동네 구멍 가게를 언급하였다.
당시 약 150여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 끝나고 나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다른 동료들도 그 얘기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 특강을 듣기 몇달 전에 나는 미국 버팔로 시골 마을에 출장을 갔었고, 거기에서도 우리나라 양수리의 시골 구멍 가게 같은 상황을 이미 쉽게 접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사람은 본인이 느끼는 제한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우리에게 '세계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으나, 그 실제 사례는 현실과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는 것이 나의 인식이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내가 경험한 코닥 본사가 있는 미국 버팔로는 세계화가 전혀 안된 낙후된 도시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사실 그 사람이 양수리에 가서 신용 카드가 안되는 식당이나 구멍 가게에 가서 뭔가를 사본 경험이 있을지 혹은 시외 버스를 갈아 타 가면서 강원도 오지에 가 봤을 거라는 상상은 되지 않았고, 약간의 본인의 상상과 주변의 전해 들은 얘기를 기반으로 특강을 한 것이라고 이해한다.
특강 말미에 그는 남한에서는 더 이상 기대값이 없기에 북한으로 가서 선교 사업과 사회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그 가족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
나는 속으로 그게 오늘 이자리에 모인 150여명의 전문인력들에게 외치는 그가 선택한 '세계화' 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2000년 초반에 해외로 이민을 간 지인들이 다수 있고, 그중에 일부는 아직도 미국과 캐나다에서 나름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본인이 한국을 떠날 시점에 여전히 고정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지금 한국의 경제 상황이 어떤지 예전 동료들이 어느 수준의 임금을 받고 어떤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매번 만날때 마다 해외로 나오라고만 하지만, 그가 추천하는 그 길을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과 준비 그리고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언급은 부족했다.
이미 그들과 비슷하게 해외 생활을 2년째 하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해외로 나가라는 얘기는 공감하지만, 그 이면에는 좀더 많은 정보와 준비 그리고 가족 전체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후배 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
이곳 사우디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약 10년 즈음 전후에 이곳에 온 사람들이다.
매년 2회 이상 한국으로 휴가를 가는 그들이 느끼는 한국에 대한 인식을 보면, 신기하게도 많은 부분이 10년 전에 머물러 있음을 느끼게 된다.
본인이 10년 전에 사우디로 올때에 받았던 높은 수준의 급여와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에 만족해 하면서도, 현재 한국의 예전 동료 들이 어느 정도 수준의 보상을 받고 근로 조건이 어떤 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심지어 현실을 얘기해 줘도 믿지 않으려고 든다.
가까이에 있는 한국 기업의 근로자들을 공항에서 마주하면서 약간은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면서도, 정작 그렇게 해외 오지 현장에서 고생하는 그들 중에 일부는 현재 본인이 받는 급여를 넘는 수준의 보상을 받고 있음을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특히 고용 안정성에 대해 강한 불안과 고민이 있으면서도, 그걸 고려할 준비에 있어서는 사실 마땅한 대안이 없음을 느끼게 된다.
어느 삶에나 음과 양은 있게 마련이고, 그걸 잘 수용하고 관리하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대략 10년 쯤 해외 생활을 하게 되면, 당장 자식의 결혼식, 부모님의 부고에 초대할 지인들도 매우 제한적이 된다.
마찬가지로 여기서 정년을 마친 후에 주변 국가에서 새로운 직장을 찾을 것이 아니라면, 한국에서의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 또한 매우 제한적이 될 것이다.
전 박사님이 이렇게 한줄 의견도 남겨 주시니 고맙습니다.
해외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주재원이 아닌 이상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 '용병' 인데, 그 가운데 서로를 비교해 봐야 뭘 하겠습니까?
각자 자신의 목표가 있으니, 그에 맞게 선택을 하는 것이고, 그 결과 또한 본인의 책임이 되겠죠.
전 박사님도 건강하고, 내년엔 소주 한잔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2014년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생활한지가 거의 9년이 다 되어 가네요. 저도 한국 사람이지만 외국에서 살면서 제가 느끼는 한국 사람들의 참 특별한 점은 다른 사람들의 급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한국에 휴가차 들어가서 그러한 질문을 가끔씩 받을 때가 있는데, 저는 그 때마다 질문하시는 분들의 니즈에 맞게 적절히 답변해 드리려 노력합니다. 이는 그 주제로 너무 깊은 말들이 오갈 때 누군가는 분명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나올 수 있기에 여러 conditional statement를 첨언하여 기름칠을 하곤 합니다. “미국 텍사스에서 급여로 3-4억 벌어도 별거 없어. 특히 남자는…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아프면 병원가고 …” 이렇게요. (뭐 실제로도 그렇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사업을 해서 1000억 이상을 이미 벌어서 막대를 부를 가진 지인이 이 곳 미국에서 저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만…그런 경우가 아니라 그냥 우리가 누군가에게 고용되어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끼리 하는 급여 비교는 우리가 느끼는 중간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레벨이라면 그리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러한 비교가 자신의 위치에서 감사함을 잊게 만들고 사람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 9년 간 채용과정을 제외하고는 외국인들 그 누구로부터 제 연봉이 얼마인지 질문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글을 쓴 논지는 제한된 정보와 그 과정에서 주변인들이 가지는 생각의 틀과 편견에 대해 얘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한국인들은 남이 얼마나 받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큰 집단이면서도, 정작 본인 보다 더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싫어하는, 독특한 부류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좋은 소식과 정보 고맙고 언제나 가족 모두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랍니다.
짧은 해외생활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비교적 자세히 열거하였네요. 오래전 몇년간 동토의 땅인 북극지방의 기름공장에 다닐 때의 고립된 삶과 제한된 정보를 절실히 감수하고 지냈던 기억을 되새겨 보게 됩니다. 그런데, 문화와 관습을 비교하는 것은 당연한 호기심이자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개인 정보나 취향을 비교하는 것은 무슨 가치가 있을까 싶네요. 한편, 이런 해외생활 중에 전반적으로 느끼는 점들은 아래와 같이 세월이 지나고, 사는 위치가 바뀌고, 삷의 동반자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면서 사느냐에 따라 자주/크게 바뀌게 됩니다.
1. 세월이 지나면서…
40-50년 이상의 인생의 터전이 바뀌었기에 당연히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이는 본인 스스로 이방인 (잠시 체류)인가 주민 (영구 체류)인가를 인식하는 정도에 따라, 한인사회는 물론이고 현지국가의 통제자를 선택할 투표권을 가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주변에 봉사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인가 아닌가에 따라 큰 변화를 느끼는데 지난 4반세기의 해외생활 중 본인이 여러 곳에 남긴 글들을 보면 큰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10-15년 후의 (살아있다면) 저의 글에도 또 변화가 있겠지요.
2. 사는 위치가 바뀌면서….
한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인지 아닌지에 따라, 주위에 한국 주재원들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근무지에서 이동이나 출장이 얼마나 많은지, 공단 사택 위주인지 현지 주민과 섞여 사는 생활인지, 자신의 생활 System이 현지의 제도 또는 Community에 얼마나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경우에 따라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음), 그리고 은퇴 후에는 자신의 죽음도 생각하며 자연적으로 자신이 묻힐 곳을 고민하고 결정하면서 생각은 자꾸 변하게 되지요.
3. 삶의 동반자가 누구인지….
현지에 가족, 친지가 함께 하느냐, 혼자 또는 부부만 있느냐 등에 따라, 취미생활/종교생활에 열정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인지 아닌지, 현지인/ 한인들과의 친분이 얼마나 돈독하느냐에 따라, 특히, 식솔이 늘어나고 친지가 늘어남에 따라 운좋게 모여 살기도 하고 이산가족이 되기도 하는데 이들 삶의 동반자들은 여생의 삶의 질과 행선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지요.
4. 무엇을 하면서….
무슨 일 (직장인, 사업가, 전문가, 비전문가) 로 생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일의 종류에 따라 해당 분야의 Community 활동을 얼마나 재미있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한국인의 뿌리를 위해 한국과 얼마나 직,간접적으로 교류를 하느냐에 따라 삶의 동기부여에 큰 변화가 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종합적인 변화에 따라 몸은 외국에 있지만 (1) 현지에 녹아 들어가지 못하고 여전히 현재 한국에 살고있는 한국인이 될 수도 있고, (2) 한국의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며 한국과 현지 해외 생활의 균형을 유지할 수도 있고, (3) 완전히 한국과는 고립된 현지인 (한국을 떠날 때의 사고를 유지) 이 될 수도 있겠지요.
개인의 인생관 문제이니 어떤 상황도 이런 것이 좋고 저런 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겠고 해서도 안되겠지요. 저 주위에는 상기 (1),(2),(3) 의 부류에 속하는 분들이 두루 있네요. 각자는 모두 저의 가족들에게 소중한 분들이지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곳 현지에 교류하는 한국 주재원들이 많고, 한국으로부터의 단기 출장자도 많고, 오랫동안 한국과 여러 Project를 수행 중이고, 주기적으로 한국 엔지니어들 대상으로 세미나도 개최하고 Consulting도 하며, 한국 여행을 자주하는 지인 (본인/식솔 포함)들이 이웃에 많고, 또한 한국에서 여행오시는 지인들도 많으며 한국에 거주하는 여러 지인/친구들과 매일 Online으로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현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고 현지인/한인 Community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상기 (2)에 근접한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도 인생 2-3모작의 향방은 알 수 없으며 단지 지속적으로 전문분야를 잘 유지하면 노후 안정의 가능성은 훨씬 높다는 기대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 국내든지 해외든지 Global Mind의 유지와 경험은 노후의 안정성을 높여주기에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사실 자신의 전문분야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과 가정의 화목을 유지하고 지역 사회의 기여도를 높여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전문분야로 그 유명하셨던 분들이 이들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여 안타까운 여생을 보내셨거나 보내고 계신분들이 주위에 여럿 보이기 때문입니다.
북미의 장례식은 대체로 고인의 시신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때 고인의 살아온 삶이 마지막 모습에서 투영되어 하객들의 마음에 큰 느낌을 남긴답니다. 각자 삶의 역할과 결과는 이 순간에 남겨지는 느낌의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제한된 정보와 그들이 가진 편견에 대해 얘기를 한 것인데, 역시나 부장님 답게 본인의 얘기를 길게 쓰셨네요.
해외에서 접하는 한국인 사회에 대해서는 저도 할말이 많지만, 자칫 오해를 야기할 수 있기에 생략합니다.
부장님의 글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아이고... 고생 많으십니다.
저도 세계화가 뭔지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였지만, 그리 단순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
그리고, 저는 짧은 해외 생활이긴 하였으나 나름 대도시에서 주재원으로 있었기에 현지에서의 생활이라던가 귀국 후의 생활에 대하여 걱정이 없었지만,
현지에 있던 분들을 만나 이야기 하다보면... 한국에 들어가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귀국 후 얼마 되지 않아 회사를 옮겼지만 ㅎㅎ
한국회사에 채용되어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해외 오지 (**)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에게는... 측은지심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계약직분들께는... 그렇지만, 개인의 선택 (그것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냥 응원만하게 됩니다.
모쪼록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