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에서는 북한에 석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한때 언론에 등장했던 세계 3위 매장량 주장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를 살펴보았다.
북한에서는 실제로 원유가 발견되었고 일부 탐사정에서는 시험 생산까지 이루어졌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개발 가능한 대규모 유전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기술과 장비를 이용해 석유를 탐사했을까? 그리고 영국 Aminex를 비롯한 해외 석유기업들은 왜 북한의 석유 개발에 관심을 가졌으며, 결국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이번 제2편에서는 북한의 석유 탐사에 참여했던 해외 기업들과 시추장비를 중심으로,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이어진 석유 탐사의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이 조직적으로 석유 탐사를 시작한 것은 1965년이다.
당시 연료자원지질탐사국을 설치하고 중국의 지원을 받아 평안남도 숙천과 함경북도 길주·명천 지역에서 지질조사와 시험시추를 진행했다.
1967년에는 소련 지질학자들과 함께 두만강 하구 지역을 조사했는데, 이때 루마니아에서 도입한 시추장비가 사용되었다.
1976년에는 북한 기술진이 소련 카스피해의 해상 시추시설을 방문하여 해양 시추기술을 조사했다.
이후 1978년 무렵 서해의 얕은 해역에 시추설비를 설치하고 탐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림 1. 구소련 카스피해의 해상 석유 시추시설. 북한 기술진이 1976년 방문하여 관련 기술을 조사한 시설 유형을 보여주는 참고 사진.
1980년대에는 탐사 활동이 확대되었다. 노르웨이 GECO가 탄성파 탐사에 참여했으며, 북한은 싱가포르 기업으로부터 약 1만 4천 톤급의 노후 해상 시추설비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8년에는 함흥 용성기계연합기업소에서 약 3,000m 깊이까지 시추할 수 있는 국산 시추장비 개발을 추진했으나, 성공적인 실용화로 이어졌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1990년대 북한은 해외 석유기업의 투자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특히 소련 해체 이후 원유 공급이 감소하면서 자체 석유자원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 기업 | 국가 | 주요 활동 |
| GECO | 노르웨이 | 1980년대 탄성파 탐사 |
| Meridian Oil | 호주 | 서해 탐사권 확보 |
| Leeward Petroleum | 영국 | 지구물리 탐사 및 자료 조사 |
| Taurus Petroleum | 스웨덴 | 서한만 탐사·개발 협력 |
| Beach Petroleum | 호주 | 동해 대륙붕 탐사사업 |
| SOCO International | 당시 캐나다계로 보도 | 안주·숙천 및 온천 지역 시추 |
| Aminex | 영국·아일랜드계 | 석유 개발협정 및 동해 해상광구 탐사계약 |
표 1. 북한 석유 탐사에 참여한 주요 해외 기업. 참여 형태는 지구물리 탐사, 광구 계약, 시험시추 등으로 서로 달랐다.
이 가운데 실제 시추작업을 수행한 사례로는 SOCO International의 활동이 주목된다.
1998년 SOCO는 안주·숙천 및 온천 지역의 육상·해상 광구 약 7,000km²에 대한 탐사권을 확보하고 북한 현지 시추업체를 활용하여 탐사정 시추를 진행했다.
당시 사용된 장비는 루마니아에서 제작된 노후 육상 시추장비였다.

그림 2. 북한의 401호 탐사정 시추에 사용된 루마니아산 장비 관련 자료. 실제 사진은 38 North 보고서의 Figure 3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사례는 북한의 석유 탐사가 단순한 지질조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시추작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상업적인 유전 개발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북한의 석유 탐사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는 영국·아일랜드계 석유기업 Aminex의 참여이다.
Aminex는 2001년 북한을 처음 방문한 이후 석유 탐사사업을 검토했고, 2004년 6월 30일 북한 정부와 20년간의 석유산업 개발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은 단순한 탐사권 확보를 넘어 기존 탐사자료 분석, 신규 광구 개발, 해외 투자 유치 및 석유산업 제도 정비를 포함하는 폭넓은 협력사업이었다.
2005년에는 서해 탐사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생산물분배계약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의 해상 개발 협력 문제 및 국제정세 등으로 사업 진행이 지연되었다.
이후 Aminex는 동해 해상광구로 관심을 확대했다.
2010년에는 싱가포르 Chosun Energy와 공동으로 Korex Ltd.를 설립하고 북한의 국영 석유탐사기업과 약 5만 km² 규모의 동해 해상광구에 대한 생산물분배계약(PSC)을 체결했다.
초기 탐사계획은 기존 탄성파 자료의 재처리와 새로운 2차원 해상 탄성파 탐사였다.
하지만 사업은 상업적인 유전 발견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Aminex는 2012년 북한 사업에서 철수했다.

그림 3. 해상 탄성파 탐사선의 일반적인 모습. Aminex가 추진한 2차원 탄성파 탐사의 기술적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참고 사진.
Aminex의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 시추 실적과 탐사계약을 구분하는 것이다.
북한과 장기간의 협력협정을 체결하고 대규모 탐사광구를 확보했지만, 그것이 곧 대규모 석유 매장량을 확인하거나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북한의 석유 탐사에는 크게 육상 회전식 시추장비, 해상 시추설비, 탄성파 탐사장비가 활용되었다.
| 장비 | 기능 및 북한 적용 기록 |
| 육상 시추장비 | 루마니아산 장비를 이용한 지층 시추와 탐사정 굴착 |
| 해상 시추설비 | 서한만 등 얕은 해역의 탐사정 시추 |
| 탄성파 탐사장비 | GECO 등의 지구물리 탐사를 통한 지하 구조 파악 |
| 시추공 검층·시험설비 | 지층 물성, 유체 부존 및 생산성 평가에 필요한 장비. 북한의 개별 장비 사양은 자료 부족 |
북한의 시추기술 수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례는 1998년 SOCO의 401호 탐사정이다.
당시 사용된 루마니아산 시추장비는 상당히 노후화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림 4. 과거 루마니아산 육상 시추장비의 유형을 보여주는 참고 사진. 북한의 401호 탐사정에 사용된 실제 장비 사진은 Oil & Gas Journal, 1999년 기사에 수록되어 있다.
또한 2016년에는 중국의 해상 시추설비가 북한 서해 배타적경제수역에서 활동한 정황이 확인되었고, 2017년 위성영상 분석에서는 2013년과 2015년에도 유사한 활동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이는 북한의 해상 석유 탐사에 외국 시추설비가 계속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다만 해당 작업이 새로운 유전 발견으로 이어졌다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북한의 석유 탐사사업은 오랫동안 해외 기업의 관심을 받았지만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석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 어렵다.
우선 기존 탐사자료가 제한적이었고, 충분한 시추와 저류층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해상 유전 개발에는 시추설비, 해저 생산설비, 원유 처리 및 수송시설 등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중국과의 해상 경계 문제, 계약 이행에 대한 불확실성, 국제 제재 및 투자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림 5. 북한 석유 탐사사업의 상업화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
북한의 석유 탐사 역사를 살펴보면, 북한이 단순히 석유가 존재할 것이라는 기대만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60년대부터 지질조사와 시추를 시작했고, 소련과 중국의 기술적 지원을 받았으며, 노르웨이·호주·영국·스웨덴 등의 해외 기업들이 탐사에 참여했다.
특히 SOCO는 실제 시추작업을 수행했고, Aminex는 장기간의 협력협정과 해상광구 계약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북한에서 상업적인 유전 개발은 실현되지 못했다.
석유가 존재할 가능성과 실제로 경제적인 유전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다음 제3편에서는 남북한의 시추 장비에 대해 소개한다.
• Bermudez, J. S. Jr., North Korea's Exploration for Oil and Gas, 38 North, 2015. 보고서
• Stewart, A., Glimmers of Hope Seen in North Korean Basins, Markets, Oil & Gas Journal, 1999. 원문 및 401호 탐사정 사진
• Aminex Signs Landmark Deal with North Korea, The Irish Times, 2004. 기사
• Petroleum Agreement Set to Revive Interest off North Korea, Offshore Magazine, 2005. Aminex 탐사광구 자료
• Aminex Signs Vast PSC off East North Korea, Oil & Gas Journal, 2010. 기사
• Byrne, L., Satellite Imagery Confirms Chinese Oil Rig in N. Korea's EEZ, NK Pro, 2017. 위성영상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