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관리자 2011-10-24 10: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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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으로 부터 기술적인 질문이 메일 혹은 전화로 옵니다.

대개 현장의 문제점 혹은 자신이 처한 현상에 대한 긴급한 자문을 요구하는 경우 입니다.

게중에는 중간에 누구의 소개로 연락을 한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일부는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그저 Web에 떠도는 혹은 어느 게시판에 제가 올린 글을 보고 연락을 한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접하게 될 때 마다 늘 약간의 갈등이 생깁니다.

이걸 어디까지 도와줘야 하나.... 어차피 공짜일테고, 또 가끔은 고맙다는 말도 못듣거나, 제가 도와드린 결과가 어떻게 정리/반영되었는지 조차도 회신을 받지 못할 텐데...

 

좀 오래된 얘기입니다.

상계동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분이 지하수를 끌어다가 온수를 만들어 운동하시는 분들의 샤워장에 쓰고 있었습니다.

기존 온수탱크의 용량이 작아서 동네 철공소에 부탁을 해서 좀 큰 사이즈의 스테인레스강 재질의 온수탱크를 새로 설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설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 데, 용접부 주변에서 물이 샌다고 하고 그게 점점 더 범위를 넓혀 간다고 도와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나름 상황을 유추해 보니

- 입계예민화에 따른 부식으로 인해 누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이 되는 데

- 동네 철공소에서 이에 대한 대비로 L-grade의 ASS 재질을 썻을 리 만무하고

- 용접부 품질도 그다지 양호한 상태는 아닐 것 같은 판단이 들었습니다.

- 물론 지하수의 수질에 대한 고려도 이루어지지 않았겠지요.

 

그래서 지금 재질을 변경하는 것은 말이 안되기에

- 우선 누수가 심한 부분은 철공소 용접사를 불러다가 보수 용접을 실시하고

- 동네 약국에 가서 묽은 질산과 철수세미 긴것을 사다가 탱크 내부를 깨끗하게 씻어 내서 검게 변색된 용접부가 보이지 않도록 닦아 내라고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얘기한 이유는 내부에 산세를 분명히 하지 않았을 것이고,

용접부 Back Bead가 거칠게 형성되어 그 부분이 Crevice Corrosion의 Site가 되었을 가능성이 많고

특히 지하수를 사용하면서 미생물에 의한 부식이 예상될 수 있는 데, 그게 Back Bead에 우선적으로 잘 형성될 가능성이 있기에 묽은 질산을 사다가 내부를 깨끗하고 매끈하게 만들어서 Crevice 혹은 MIC가 형성될 가능성을 줄이라고 조언해 준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이 점점 제 얘기를 전혀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가 되겠지요. 물이 새는 데, 일단 때우고 다시 거기에 산을 부어서 검게 변색된 용접부를 깨끗하게 씻어 내라는 얘기가 그 사람의 지식이나 상식적으로 안 받아 들여지는 것이 당연했을 겁니다.

 

결국 전화는 그냥 어찌 어찌 끊어져 버리고, 다시 한참의 시간이 더 지났습니다.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용접부는 보수했는 데, 여전히 조금씩 새는 부분이 있어서 고무밴드로 감아 놓고 사용했는 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누수의 양이 많아져서 도저히 더 못참겠다.

물론 당연히 질산을 사다가 내부를 닦아 내라는 제 얘기는 반영안했지요.

그리곤 지난번 처럼 대충 얘기하지 말고 좀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더군요.

 

그래서 똑 같은 얘기를 다시 해 주었습니다.

그게 싫으면 계속 반복해서 문제가 생길 것이니, 아예 탱크 재질 선정 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약간의 위협도 가했지요.  그리고 무엇 보다도 지금 감아 놓은 고무밴드를 당장 제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고무밴드로 감겨저 있는 부분은 아주 좋은 Crevice Corrosion Site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날도 역시나 전화가 이어지면서 상대방이 점점 제 얘기를 열심히 귀담아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이 느껴지고, 약간의 대화가 좀더 이어진 이후에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는 어떤 일이 있었는 지 알지 못합니다.

 

누군가 제가 알지 못하는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그 온수탱크는 그 상황에서 다른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었지요.

 

만약 제가 처음 부터 전화를 받고  "잠시 만요... 지금 부터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은 얼마짜리입니다." 혹은  " 지금 부터 10분당 얼마씩 청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 해결책이 부적절하면 지불하신 금액은 전액  환급될 것입니다.",  "그래도 조언을 구하실 건가요? "라고 조건을 달고 전화를 시작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 집니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Technical Consulting에 대한 개념이나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물어 보면 당연히 가르쳐 줘야 하고, 그 대답이 질문한 사람의 눈 높이에 맞지 않으면 열에 아홉은 부정적인 Feed Back이 날라오게 됩니다.

 

물론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 분야의 전문가인 것 처럼 행세하는 어설픈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Consulting이 재화로 연결되지 못하는 한계도 있습니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하는 데, 와서 그냥 구경만 하고 현장에 일하는 분들이 다 아는 얘기만 혹은 전혀 말도 안되는 얘기만 늘어 놓고 가는 분들이 간혹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아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급한 사연을 메일로 받았습니다.

당연히 모르는 분이고... 이걸 어디까지 어떻게 답을 해주어야 할지 고민입니다.

 

대답 안해 주면 그 역시 부정적인 Feed Back이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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