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기사는 전기전자기술자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다가오는 시대에 적응하는 기술자의 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계금속분야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패러다임의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일경일렉트로닉스, 2000.12.4]
의기양양한 일렉트로닉스업계. 새로운 기술이 계속 싹을 틔우고 21세기를 앞두고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기업은 신시대를 앞두고 방향을 대담하게 틀고 있다. 채산이 맞지 않는 부문에서는 철수하고 다른 회사가 자사에 없는 강한 부문을 가지고 있으면 제휴를 한다.
이렇게 세상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가운데 그 극적인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기술자도 있다.
"당신의 기술은 이제 회사에 필요 없다"는 무정한 선고를 받게 될 수도 있다. 그 때 기술자는 ...
일본의 기술자 1600명에게 자기 생각을 말해 보라고 했다― "앞으로 기술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는가, 아니면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
이 질문에 대해 57.8%의 기술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동전화 특수를 배경으로 한, 현재의 전기·전자메이커의 실적호조를 상징하는 수치다. 기술자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는 현장의 분주함을 엿볼 수 있다.
한편, 반대 견해도 있다. 22.5%의 기술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세웠다. "줄어들 것"이라고 대답한 기술자에게 "그렇다면 당신은 계속 기술자로 남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물어 봤다. "기술자로서 존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안고 있는 기술자가 무려 50%를 넘어섰다. 즉, 1600명 중 15%가 "기술자로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있다. 이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는 걸까.
이런 기술자의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전기·전자기술자를 둘러싼 환경의 급격한 변화일 것이다. 인터넷 보급을 시발점으로 사회에 대변혁이 일어나려고 하는 지금, 그 소용돌이 속에 있는 전기·전자기업은 새로운 시대에 맞춘 조직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인터넷 시대를 지탱하는 기술개발을 최우선시하고, 이를 위해서 케케묵은 조직 구조에 대담하게 메스를 들이댄다.
예를 들어 채산이 맞지 않는 사업은 철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사의 취약 분야는 적극적으로 타사에 아웃소싱한다. 과거에는 주요 수익사업이었다 해도, 앞으로 핵심역량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되는 분야에서는 경쟁관계에 있는 동업자와 손을 잡고, 자사의 개발리소스를 절감한다. 이렇게 절감한 개발리소스는 앞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게 될 신규사업에 돌린다.
사업재편에 의해 회사는 활력을 얻을지도 모른다. 하이테크 기업이 시대의 총아로 인기를 끄는 가운데,"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는 건 바로 나 자신"이라고 사기충만한 기술자도 많을 것이다.그러나 너무나 극적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졌다고 느끼는 기술자가 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오늘의 핵심기술이 내일도 계속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지금까지 연마해 온 자기 기술이 불필요하다는 사회의 선고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 때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앞의 기술자 1600명 전원에게 다른 질문을 던져 봤다. "당신 동료의 기술이 진부화되고 있다고 느낀 적 있느냐?" 이중 "진부화되고 있는 사람이 다수"라는 대답이 31%, "적어도 한 명은 있다"는 대답이 51%였다. 합계 총 82%의 기술자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동료의 모습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엄혹한 시대에 기술자는 어떻게 대처하면 될까? 회사로부터 "당신의 기술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선고를 받아도 기술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있다. 첫 번째는 버림 받기 전에 먼저 회사를 버리는 것이다.
회사의 경영판단에 의해 사업에서 철수, 자기 기술이 불필요해졌다손 쳐도, 다른 회사에서는 유용하게 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자기를 보물처럼 소중히 여겨주는 회사로 옮기면 된다. 만일 그 회사가 과거의 경쟁메이커였다고 해도 전혀 망설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업계 전체적으로 그 업무를 했던 기술자의 수요가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과거 아날로그 기술자가 줄어들고 디지털기술자가 늘어난 것처럼, 또 지금 하드웨어 기술자가의 수요가 줄어들고 소프트웨어 기술자의 수요가 급증한 것처럼 말이다.
이 때 기술자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있다. 한가지 방법은 그 방면의 프로로서 같은 업무에 계속 종사하는 것이다. 인원수가 적어진만큼 경쟁은 치열해진다. 다른 사람을 밀치고 그 분야의 제1인자가 될 자신이 있다면 그 전문분야에 말뚝을 박으면 된다. 또 한가지는 전문분야를 바꾸는 방법이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분야의 프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새로운 분야의 지식은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지만, 기술자로 문제를 해결하는 노하우는 분야가 달라져도 통용될 것이다. 사실 기술자가 재탄생하는 사례를 여기 저기서 볼 수가 있다.
어느 길을 선택한다 해도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라는 느긋한 태도는 용납되지 않을 것 같다. 계속 기술자로서의 길을 걷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자기 변혁을 해야 할 것이다.
●제1부 변신 -- 그러면 나를 바꾸면 된다
어느 대형 전기·전자메이커의 공장에서 부품조달 일을 하던 기술자가 있었다. 별다른 변화도 없이 무덤덤하게 업무를 반복하는 매일 매일. 그러나 자기를 둘러싼 전기·전자업계의 상황은 어지럽게 변화한다. "이동전화" "디지털가전" "고성능 게임기" "브로드밴드 기술" 등, 향후 전기·전자산업의 밑받침이 될 기술들이 잇따라 탄생하는 가운데, 그의 직장에는 활기가 없었다. 이런 시대적 조류 속에서 회사에 대한 자기 기술의 공헌도가 점차 낮아져 감에 따라 그는 어느샌가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나도 현장의 최전방에서 활약하고 싶다. 기술자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이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그는 심기일전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술자로 새롭게 태어나기로 결의했다. 대학시절 재미 삼아 조금씩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것 이외에는 전혀 문외한이었던 소프트웨어 기술을 다시 기본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와신상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한 그의 노력이 계속된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집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신(轉身)에 대한 간절한 바램이 그를 일류 소프트웨어 기술자로 만들었다. 그는 사내에서 스타부문으로 추앙 받는 이동전화부문에 배치되어 소프트웨어 개발 일을 하게 되었다. "하루 2시간씩 자면서 모두들 열심히 일한다"고 할 정도로 다망한 부문이지만, 그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쌩쌩하다고 한다.
나를 바꾼다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그는 향후 전기·전자기술자의 모범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기가 일 했던 분야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면 그런 세상의 조류를 걱정하기 전에 유망분야에 몸을 던지면 된다. 다행히 전기·전자업계는 축소되기는 커녕 확대 일로를 걷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새로운 전문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새내기처럼 그 분야의 지식을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성공을 하고 있지만 신규분야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불안이 머리 속을 스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어느 분야에 정통해 있는 기술자라면, 다른 분야에서도 최전방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마쓰시타 인재전략추진실 부간사 今井直也).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떤 분야에서나 공통적이다. 그 방법만 잘 익혀두면 그 다음에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새로운 분야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분야도 배우고 싶다"가 주류
전기·전자기술자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의 기술자가 "시대의 조류에 발맞춰 다른 분야의 기술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른 분야의 기술도 습득하고 싶다"는 적극적인 기술자가 95%를 차지했고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의 기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기술자는 5%에 불과했다. 회사가 자기가 일하고 있는 분야를 필요 없는 분야라고 낙인 찍을 경우, "전직하기를 원한다"는 기술자는 10%인데 비해, "새로 처음부터 다시 배워서" 기술자로서 재탄생하고 싶다는 기술자는 무려 74%에 달했다.
즉, 일본의 전기·전자기술자는 시대의 요청에 맞춰 자기의 기술을 바꿔 나가는데 적극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기업도 이런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자기네 회사의 사원이 진부한 기술에 얽매여 제자리 걸음하고 있으면 기업으로서도 큰 손실이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환경을 정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대형 메이커의 움직임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가지는 기존의 사내교육제도를 이용, 내용을 기술 변화에 맞춰 항상 쇄신하는 것이다. 히타치, 미쓰비시 등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극히 기초적인 강좌는 매년 내용이 같지만, 그 이외에는 그 시대에 맞는 내용을 수시로 추가한다"(히타치).
기술자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문지방을 낮추려고 하는 메이커도 있다.
"지금까지는 집합형식의 기술 세미나와 위성을 이용한 원격교육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쓰게 되면 개최시기와 장소에 제한이 생긴다.
기술자가 한가한 시간에 장소에 상관없이 학습할 수 있도록, 인터넷이나 CD-ROM을 이용한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미쓰비시 인사부 채용그룹 주임 奧谷正和).
그 이름도 "변신대학"
또 한가지는 전사적인 자기계발제도를 새로 구축하는 움직임이다. 소니와 마쓰시타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쓰시타는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어하는 기술자를 대상으로 1996년 2월 "변신대학"이라고 불리는 인재육성제도를 도입했다. 사내 이동을 전제로 입학하는 것이다. 마쓰시타가 핵심기술로 설정한 반도체, 부품, 통신, 정보관계 분야를 중심으로, 현재 19개 학부를 개설하고 있다. 근속 3년 이상의 기술자면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고, 연간 100여명의 기술자가 수강하고 있다. 수개월간∼1년간에 걸쳐 기초를 배우면 새로운 곳으로 이동이 된다.
변신대학이 설립된 배경은 전자기기의 디지털화와 인터넷 보급에 의해 마쓰시타의 사업구조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디지털가전과 시스템 LSI,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생활가전, 부품, 정보분야에 주력할 필요성이 생겨났다.
이 분야로 이동하고 싶은 기술자에게 지원의 손길을 뻗침으로써 마쓰시타는 핵심기술에 리소스를 투입할 수 있다.
한편 소니는 1998년도부터 자기계발 세미나 "리제너레이션 21"을 개최하고 있다. 소니는 타사보다 자기투자의욕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세미나의 개최시간은 근무외 시간이다. 평일 저녁부터 야간이나 토요일에 강의가 있다. 근무수당이 없고, 자기 시간을 할애해서 실력을 늘리는 시스템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래의 자신에 대한 왕성한 투자의욕을 가진 기술자가 많아서 3년간 매년 1000명이 넘는 기술자가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주로 소프트웨어 기술자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으로 방송, 통신, 인터넷, 시스템 LSI와 관련해서 41개 분야의 강의를 마련하고 있다.
소니가 이런 세미나를 개최하는 목적 중 하나는 바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사내의 각 부문이 하나같이 소프트웨어 기술자와 네트워크 기술자를 요구하고 있다"(소니 인재 리소스센터 기술계 채용그룹 과장 西尾衛).
하드웨어 기술자가 리제너레이션 21을 이용해서 소프트웨어 기술을 익히고, 사내공모제도를 통해 새로운 부문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위기감이 없으면 낙오자가 된다
그러나 이런 제도를 이용한다고 해서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예를 들어 수강을 하긴 했지만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도중에 탈락한 기술자도 있다"(어느 전기·전자메이커).
원래 단순히 흥미본위로 수강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성공한 기술자는 공통적으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마쓰시타의 今井).
앞서 언급한 소니의 사례는 아니지만, 미래의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을만한 위기의식이 있는 기술자야말로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한 기술자에 대한 현장의 평가는 배우기 전보다 높아지는 경향이다"(今井).
대다수 기술자가 사내 이동을 전제로 새로운 분야를 취득하려는 이상, 이에 대한 상사의 관심도 자연히 높아진다. 우수한 기술자의 타 부문 이동을 막으려 한다. 이것은 기술자에게 있어서 큰 장벽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주력분야에 인재를 투입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쓰시타는 변신대학 입학이 결정될 때까지, 상사에 대한 보고를 피하고 있다. 면접도 철저히 휴일에 실시한다.
●제2부 전직(轉職) --- 그럼 내가 먼저 회사를 버리면 된다
철강메이커가 반도체사업에서 잇따라 철수하고, 소니가 제조거점을 타사에 매각한다. 하드디스크장치용 헤드 메이커도 점차 도태되어 간다. 이런 부문의 기술자는 어쩔 수 없이 부서이동을 할 수 밖에 없다. 과거 "산업의 백미"라고 불리던 D램도 NEC와 히타치가 합작회사를 설립, 개발리소스를 서로 공유한다. 남아 돌게 된 기술자를 다른 사업에 배치한다―이런 대담한 조직재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은 강한 부문을 더 강하게 만들고, 약한 부문에서는 철수하는 "선택과 집중"을 주저 없이 실천에 옮기고 있다.
기술자한테는 혹독한 시대다. 회사의 경영방침 하나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불필요한 존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 기술이 전기·전자업계 전체적으로 불필요해지지만 않는다면 다른 회사에서 활용할 길이 있을 것이다. 자기 기술에 대한 고집과 자신이 있다면 회사를 버리면 된다.
전직의 턱이 낮아져
기술자에게 있어서 이런 전직의 호조건들이 하나씩 갖춰지고 있다. 지금까지 앞을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전직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기업은 상시채용자에게 냉담한 시선을 보내는 경향이 있었다.
종신고용이 대전제인 일본에서는 하나의 회사에서 평생 일하는 것이 미덕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옮기는 일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행위"로 여겨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버블경제의 붕괴와 함께 회사의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도 무너지면서, 기술자 입장에서도 종신고용은 더 이상 절대적인 것이 아니게 되었다.
"대기업에 있으면 평생 괜찮다는 안도감이 사라졌다"(자인일렉트로닉스 대표이사 飯塚哲哉).
자기 직장내에서 해고자가 발생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다는 의식이 기술자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직은 자연스런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전직에 관한 정보를 쉽게 입수할 수 있게 된 점도 전직의욕을 높이는 요인이 되었다. 전직정보를 올려 놓는 홈페이지가 속속 열리면서 자료청구와 설명회 참가등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이 직접 상시채용자 신청에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례도 흔하다.
이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기술자를 채용하는 기업의 의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경력사원 채용도 사내공모제도에 의한 채용과 같은 상시채용으로 간주되게"(여러 메이커) 되었다.
더욱이 전직자의 채용을 사내활성화의 수단으로 여기는 기업도 많다.
"신규졸업자 채용을 계속 고집할 경우 자사에 어울리는 사람은 많이 탄생하겠지만, 어느샌가 개성이 매몰되고 만다.
앞으로는 개성적인 상시채용자를 더 많이 늘려서 사내에 자극을 줄 예정이다"(미쓰비시 인사부 채용그룹 주임 奧谷正和).
상시채용자를 중시하고, 불리한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상시채용자수에 불리한 상황 개선을 고려한 히타치는 근속연수에 대한 퇴직금 환산방법을 변경했다. 원래 20년간∼25년간 재적해야만 퇴직금이 늘어나는데, 이를 근속연수와 거의 비례해서 퇴직금이 늘어나는 시스템으로 변경했다.
성공사례가 증가한다
2000년에 접어들어 기술자의 전직의식을 부추긴 사례가 2건 발생했다. 한가지는 히타치의 牧本次生가 소니로 옮겨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40년 이상 히타치의 스타부문인 반도체사업을 이끌어 왔다. 그야말로 "하나의 회사에 일생 몸 바쳐야 하는 게 당연시"되던 종신고용 시대를 헤쳐온 인물이다. 그런 牧本는 전직당시의 갈등을 이렇게 회상한다. "히타치 내에서 많은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했던 만큼 회사를 옮긴다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있었다. 마치 일종의 인력권에서 뛰쳐 나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옮겨갈 회사의 상황을 파악하기가 힘든 상태여서 상당한 각오가 필요했다"(소니 집행임원 전무 牧本次生)고 한다.
이런 성공자의 전직은 기술자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반도체 메이커에서 반도체 메이커로의 전직이 결코 터부가 아니라는 것을 많은 기술자들에게 몸소 보여 준 것이다. 실제로, 그에 대한 주위의 시선도 달라졌다고 한다. "회사를 옮긴다는 얘기를 들은 친구들이 보여준 반응은 세 가지였다. 우선 `많이 놀랐다. 일본에서도 그런 일이 가능하냐`는 감상을 털어 놓았고, 그 다음에는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게 되어서 잘 됐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대단한 일이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전직 사례가 적었는데 이번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축복해 주었다"(소니의 牧本).
어쩌면 내게도 전직의 기회가
또 한가지 사례는 中村修二의 전직이다. 中村도 牧本과 마찬가지로 성공자의 전직사례로 꼽힌다.
中村는 "20세기내에는 힘들 것"이라고들 했던 GaN계 청음발광 다이오드(LED)와 차세대 DVD의 핵심인 청자색 반도체 레이저를 개발한 인물이다. 2
0년간 근무한 日亞化學工業을 퇴직하고 도미,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美 UCSB대 교수로 취임했다. 中村는 강연회를 개최할 때마다 "회사에 있을 의미가 없으면 뛰쳐 나오면 그만"이라고 일본 기술자에게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 방법을 몸소 실천한 사람의 말인 만큼 설득력이 있다. 기술자에게는 자기와는 거리가 먼 "스타의 전직"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누구나 中村처럼 화려한 해외 전직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사의 평가시스템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기술자에게 "어쩌면 나도 전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충분히 품게 만들 수 있다. 해외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사 따위는 버리면 그만"이라는 그의 말에 힘 입어 전직을 결정하는 기술자가 뒤를 잇는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은 없다.
전직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된다
기업들도 이렇게 전직을 희망하는 기술자를 자사로 끌어 들이려고 기를 쓰고 있다. 2000년도(2000년 4월∼2001년 3월)에 접어 들어,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상시채용 예정자수를 늘리고 있다. "전직시장은 지난 몇 년새에 급격히 확대되었다"(이무카, 리쿠르트). 사실 본지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형 전기·전자 메이커 7사의 2000년도 상새채용 예정자수는 전년에 비해 약 65% 증가한 1100명에 달할 전망이다.
대형 메이커는 상시채용자를 향한 문호를 활짝 개방하기 시작했다.
도시바는 지금까지 몇 명 정도 밖에 안되었던 상시채용자수를 한꺼번에 10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미쓰비시도 전년도에 비해 3.6배인 180명으로 늘린다. 일본 휴렛패커드는 2001년도(2000년 11월∼2001년 10월)에는
전년에 비해 2.5배 늘어난 600명∼700명을 상시채용할 예정이다. 소니와 히타치도 "연도내 채용 예정자수를 훨씬 웃도는 규모로 계속 채용하고 있다".
"상시채용자 수요는 한동안 계속 늘어날 것이다. 줄어들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여러 메이커의 인사담당자).
이런 상시채용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한가지는 이동전화 특수와 네트워크 관련사업의 급속한 확대로 인한 기술자 부족사태이다. 또 한가지는 디지털가전이나 시스템 LSI 등 지금까지 담당해 온 경험이 비교적 적은 제품의 개발안건이 늘어나면서
"다종, 다양, 다채로운 기술자가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히타치 채용기획그룹 과장대리 山本夏樹)이다.
원하는 기술자가 없다
전직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기업 인사담당자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인원은 그럭저럭 확보하고 있지만 질이 문제다. 합격선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어느 대형 메이커). 기업이 원하는 기술자가 전직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기업은 크게 나눠 2가지 능력을 전직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한가지는 즉전력(卽戰力)이다. 지난 번 직장에서 얼마만큼의 기술력과 성과를 쌓았는가를 따진다. 핵심이 될 기술이 어지럽게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신규채용자를 교육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향후 가속적으로 등장할 새로운 기술을 유연하게 익힐 수 있는 대응력이다. 이 경우, 지난 번 직장에서 어떤 기술을 익혔는가는 따질 필요가 없다. 이 두 가지는 얼핏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기업측은 "즉전력이 될만한 인재는 이미 한가지 기술에 정통해 있다.
이런 실적이 있으면 새로운 기술은 학습을 통해 금방 자기 걸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여러 메이커의 인사담당자)"이다.
그러나 전직희망자중에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기술자는 흔치 않다.
"신문이나 잡지, 인터넷으로 모집공고를 내면 수천명이 응모를 해 온다. 그러나 우리가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여러 메이커의 인사담당자)
기술자가 서류전형에서 떨어지는 이유는 대부분 전직희망 동기가 "지난 번 회사에서 잘 지내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자는 어느 회사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한다"(여러 메이커의 인사담당자).
이런 경위로 "전직시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질 높은 기술자는 거의 없다"는 탄식의 목소리가 들린다.
앞서 언급한 牧本나 中村처럼, 실력자의 전직사례가 늘면 전직시장의 질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전직을 생각지 않고 최전방에서 활약하고 있을 기술자를 원한다"(히타치 山本).
이런 기술자가 자기에게 맞는 회사를 원해서 직접 움직여야만 진정한 "인재의 유동화"가 시작된다.
■전직자에게 따라붙는 기업기밀(트레이드 시크릿) 문제
기술자가 전직할 때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이 바로 "트레이드 시크릿(기업기밀)"이다. 그 중에서도 "현장의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기술자나 연구개발부문의 기술자에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지마 국제법률사무소 변호사 桐原和典)고 한다.
그 이유는 재직 중에 기밀유지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퇴직하고 1년∼2년간은 동종업계의 기업으로 옮겨가거나 창업독립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계약내용에는 대부분 경쟁사에 대한 전직을 금지한 "경쟁업(競業)금지조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기밀 유출 자체를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한다.
소송이 제기될 경우, 1년∼2년간은 기밀유지계약이 "유효"하다고 간주되는 판례가 많다. 한편 3년∼4년이 지나면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일본과 미국이 모두 같은 경향에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원만한 방법으로 퇴직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적다. 상시채용 면접자가 왜 회사를 그만뒀는지 집요하게 묻는 것은 기업기밀문제 때문에 향후 트러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한다.
한편 계약을 안 했어도 기밀 침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면 영업 책임자가 신뢰관계를 토대로 부하에게 기밀정보를 공개하게 해서,
그 후 창업 독립해서 정보를 이용하는 과거 사례의 경우 침해에 해당된다는 판례가 있다. "판례는 고객정보에 관한 것이 많은데 기술정보에도 적용된다"(桐原 변호사).
中村와 牧本의 경우는 어떤가?
앞에서 소개한 두 명의 기술자 中村修二(美 UCSB 교수 겸 美 Cree Lightning 비상근무연구원 前 日亞化學工業)와 牧本次生(소니 집행임원전무, 前 히타치)의 경우 기업기밀 유출이 되지는 않을까? 기업간 계류 문제 전문 변호사인 桐原 에게 물었다. 참고로 中村는 日亞化學工業의 경쟁메이커인 美 Cree의 자회사 Cree Lightning에 적을 두고 있다.
--- 中村는 경쟁사로 이적했는데.
中村가 보유한 기술정보는 그가 처음부터 개발한 것이라고 들었다.
개인의 노하우는 회사가 신뢰해서 공개한 것은 아니므로 명문화로 기밀유지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한 침해를 주장하기 어렵다.
--- 牧本는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기술자인데.
그는 경영자로 전직한 것으로, 옮겨간 회사에서 기술정보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영판단 자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재현성이 없으므로 기밀로 간주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