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이 존경받을 법학자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시대의 다른 사람들이 지엽적 학문에 매달릴때 유독 전체적인 요강을 중시했으며 법의 집행에 있어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한 사람입니다.
이런 그의 특성은 정치가로서라기 보다 존경받는 법조인으로 비춰지는 것이 오히려 합당할 것 같습니다.
필자는 이런 제갈량을 혼탁한 우리시대를 밝혀줄 프로 법조인으로 소개합니다.
삼국지의 촉서 제갈량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제갈량은 자가 공명(孔明)이고 낭야군 양도현 사람이다.... 그는 법령을 세우고 제도를 폈는바, 법령은 엄격하고 분명하였으며, 상주고 벌주는 것도 타당성이 있어...사람들은 스스로 삼가여 길에 떨어진 것을 줍지않고 강자가 약자를 해치지 않았으므로 사회의 기풍이 숙연해 졌다... 법을 범한 자는 가까운자라도 반드시 벌하였고, 반성하는 자는 무거운 죄를 지었다고 해도 반드시 석방하였으며... 사악한 행동은 작은 것이라도 처벌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형법과 정치가 엄격하였지만 원망하는 자가 없었다...이것은 마음을 공평하게 쓰고 상주고 벌주는 것을 분명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제갈량의 법집행에 있어서의 분명한 태도는 여러 일화에 담겨있는데, 그중 유명한 몇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군율(軍律)을 어겨 위나라 군사에게 참패하여 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말로 유명한 마속[그는 제갈량과 문경지교(刎頸之交)를 맺은 명참모 마량(馬良)의 동생으로, 평소 제갈량이 아끼는 재기 발랄한 장수였습니다]은 처형당하면서도 제갈량에게 보낸 편지에 `공께서 저를 자식처럼 돌보았으며, 저역시 공을 아버지 처럼 생각하였으니, 이제 죽는다해도 평생의 교분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비록 죽어 황천에 간들 여한이 없습니다` 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마속이 죽으면서 까지도 제갈량을 원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법집행이 엄정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갈량도 인간인지라 그의 번민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마속은 정말 아까운 장수요. 하지만 사사로운 정에 끌리어 군율을 저버리는 것은 마속이 지은 죄보다 더 큰 죄가 되오. 아끼는 사람일수록 가차없이 처단하여 대의(大義)를 바로잡지 않으면 나라의 기강은 무너지는 법이오." 그리고 마속이 형장으로 끌려가자 제갈량은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울었다고 합니다.
또한 요립과 이평의 관직을 박탈하여 서민으로 떨어뜨린후 변방으로 쫓아낸 일이 있는데 이런 일을 당한 요립과 이평은 제갈량을 원망하지 않고 그가 죽자 요립은 눈물을 흘리며 탄식하고, 이평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병들어 죽었다고 합니다.
삼국지에 주석을 단 배송지는 이런 일들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무릇 물은 완전히 평평하므로 기운는 자는 그것을 모범으로하고, 거울은 밝게 비춰 주므로 추하게 생긴자라도 노여워하지 않는다. 물과 거울이 사물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어도 원망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에 사심이 없기 때문이다. 물과 거울이 사심이 없어 비방을 면하는데 하물며 군자가 생명을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일에만 법을 쓰며, 자신이 지은죄에 형벌을 가하고, 사심에 좌우되는 일 없이 상을 주고, 노여워하지 않으면서 처벌한다면 천하에 복종하지 않을 자가 있겠는가. 제갈량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형벌을 쓸 수 있었고 고금에 이런지는 없었다.`
이런 정신은 그의 조조군과 일전은 치르기 위해 출전하면서 후주(後主: 유비의 아들 劉禪)에게 올린 출정 건의와 출정 후에 해야할 일 등을 충정(忠情)어린 심경으로 적고 있는 출사표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마땅히 폐하께서는 들으심을 넓게 여시어 선제께서 끼친 덕을 더욱 빛나게 하시며 뜻 있는 선비들의 의기를 더욱 넓히시고 키우셔야 할 것입니다. 결코 스스로 덕이 엷고 재주가 모자란다고 함부로 단정하셔서는 아니 되며 옳지 않은 비유로서 의(義)를 잃으시고 충성된 간언의 길을 막으셔도 아니 됩니다. 폐하께서 거쳐하시는 궁중(宮中)과 관원들이 정사를 보는 부중(府中)은 하나가 되어야하며 벼슬을 올리는 일과 벌을 내리는 일은 그 착함(善)과 악함(惡)을 따라야하는 것이 궁중 다르고 부중 달라서는 아니 됩니다. 간사한 죄를 범한 자나 충성되고 착한 일을 한 자는 마땅히 그 일을 맡은 관원에게 넘겨서 그 형벌과 상을 결정하게 함으로써 폐하의 공평하고 밝은 다스림을 세상에 뚜렸하게 내비치도록 하시옵소서. 사사로이 한 쪽으로 치우쳐 안과 밖의 법이 서로 달라지게 해서는 아니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