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속전속결로 끝날 것이란 기대감으로 유가가 급락하고 세계 증시가 급등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난‘91년 걸프전’이 아니라 미국의 참패로 끝난‘93년 소말리아전’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해 주목된다. 이같은 전망은 이라크전 파병을 추진중인 우리나라 정부도 반드시 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터너의 경고, "미국이 참패할 것"
미국의 패전 시나리오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군사전문가는 마이크 터너 예비역 대령. 그는 지난 91년 걸프만 전쟁을 승리로 이끈 ‘걸프전 영웅’ 노먼 슈워츠코프 장군의 보좌관을 지냈던 군사 전략가이기도 하다.
터너는 영국 인디펜던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전쟁은 상대적으로 고통이 덜 했던 91년 걸프전이 아니라 93년 소말리아 전쟁과 같은 비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공개경고했다.
그는 “군에 떠도는 경구가 있다. `우리는 항상 처음이자 마지막 전쟁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전쟁에서 보여진 적들의 움직임을 너무 의식하다가는 앞으로 보여질 적들의 능력에 대해 오판하기 쉽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터너에 따르면, 91년 걸프전에서 미국은 4가지 필승조건을 확보하고 있었다.
첫번째, 쿠웨이트를 침략한 이라크를 축출한다는 명확한 정치적 목적.
두번째, 속전속결의 승리를 담보할 압도적인 군사력.
세번째, 아랍 과격파 활동을 억제할 수 있었던 아랍 제국과의 결속.
네번째, 전세계적인 성전을 명분으로 하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개입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점.
반면 93년 소말리아 전쟁에서 미국은 이같은 조건들을 무시했다.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당초의 목적이 소말리아의 반군지도자 아이디드 체포라는 단순한 목표로 변질됐다. 게다가 극도로 위험한 변수가 많은 시가지역에서 불충분한 화력을 지닌 미군을 투입해 사지에 몰아넣는 작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시가전에서 미국 병사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광경이 텔레비전을 통해서 미국 국민들의 안방에까지 흘러들어가자, 미국내의 반전여론이 일어 당시 클린턴 정부는 소말리아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터너의 주장이다.
소말리아에서의 참패는 지난해 할리우드에 의해 `블랙호크 다운`이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제2의 소말리아전이 될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터너는 이번 이라크 전쟁이 소말리아 전쟁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로 우선 걸프전의 4가지 조건 중 `압도적인 군사력` 한가지만 갖추고 있는 점을 꼽았다. 나머지 3가지 조건은 91년과는 정반대로 미국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터너가 지적한 3가지 약점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장해제에 응하고 있는 가운데 전쟁을 시작해 버리는 것은 정치적 명분이 박약하다.
두번째, 아랍 제국들이 미국 주도의 전쟁에 반대하고 있다.
세번째, 부시 행정부에서 득세하고 있는 신보수주의 강경파들이 확고하게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세력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간섭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이라크전은 93년 소말리아전처럼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터너의 분석이다.
터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다.
개전 몇시간내에 사담 후세인은 이스라엘에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라크에 대해 성전으로서의 전면전을 선언한다. 사담은 생존의 위협을 느껴 화학.생물학 무기와 인간방패를 총동원한다. 이라크 유전을 스스로 불사르고 수천명의 이라크 자국민들이 살해된다.
미국 병사들이 이라크 시민들의 시체더미 속에 있는 사진들이 미국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전세계 언론들을 장식한다. 미국은 국제적 협력도 거의 받지 못하면서 사담 후세인 이후의 이라크를 떠안게 되고 알 카에다의 테러 공격에 노출되는 상황에 놓인다.
터너는 “이같은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내 생각에는 오히려 충분한 근거가 있으며 가능성이 높은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역사상 이번처럼 세계적으로 강한 반전여론을 무릅쓰고 치러지는 전쟁은 처음"
지금 세계 주요언론은 미국의 이라크전을 `침공`으로 규정하며, 연일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들조차 최근 2주전부터 반전 논조가 강해지고 있다. 9. 11사태 이후 체제옹호적인 논조를 펼쳤던 뉴욕 타임즈도 최근 들어서는 매일같이 반전 사설을 싣고 있다.
이스라엘의 일간 하레츠조차 “미국 단독의 이라크 침공은 유태인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정도다.
일본의 국제문제전문가 다나카 사카이는 `여론`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전문가다.
그는 18일 자신의 홈페이지(tanakanews.com)에 게재한 ‘이라크 침공의 위험성’이라는 평론에서 터너와 마찬가지로 `제2의 소말리아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나카는“현대의 전쟁은, 얼마나 강력한 병기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보다, 얼마나 능숙하게 자국과 관계국의 여론을 아군에게 유리하게 끌고가느냐는 ‘선전’ 측면이 중요하다”면서 “93년 소말리아 전쟁이 실패한 것은 미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소말리아 전쟁의 필요성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 채 군을 투입한 상황에서 미 국민들이 TV를 통해 미군 병사까지 전투 중에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 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2 걸프전은 소말리아 전쟁에 비해서도 미국내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 언론들이 반전, 반부시에 기울어 버린 이상, 반전 여론을 부추기는 영상이나 사실을 모으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라크 전쟁은 소말리아처럼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다나카는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을 단기전으로 완승한다는 계획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럴 수 있어도 전쟁이라는 것은 사전 예측을 불허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부시 정권은 위험한 도박을 시작한 것이 된다”고 말했다.
다나카는 “역사상 이번처럼 세계적으로 강한 반전여론을 무릅쓰고 치러지는 전쟁은 처음”이라면서 “3월 20~22일경 개전이 된다면, 영국과 스페인의 국내 여론이 한층 더 강하게 반전으로 기울어 일치감치 동맹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전후 전쟁이 길어지거나 미군이 전쟁 범죄 비슷한 일을 저지른다는 것이 언론에 폭로되면, 소말리아 전쟁 때처럼 철수가 불가피해지고 부시는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낙인찍히며 패배로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승선/기자
미국은 물론 이라크 전쟁에서 아마도 쉽게 이길 것이다. 나는 군사전문가는 아니지만숫자를 헤아릴 줄은 안다. 그래서 미국의 현 국방예산이 4천억 달러인데 반해, 이라크는 고작 14억 달러라는 사실도 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전쟁이 몰고 올 여파다. 전후 점령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내 걱정은 이라크를 넘어 크게는세계, 그리고 미국에 어떤 일이 생길 것이냐 하는 점이다.
부시팀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세계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얼마나 불신과 적의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상관하지 않는것 같다. 그들은 이라크 국민이 미군을 환호하는 장면, 또는 우리들의 폭탄이 이라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과 놀라움을 일으키는 것을 다른나라 사람들이 일단 보면 그들도 마음을 바꾸겠지 하는 믿음을 갖고 있는 듯이 보인다. 혹은 세계가 어떤 생각을 하든 관계가 신경쓰지 않겠다는식이다.
그들은 모든 점에서 잘못돼 있다.
이라크에서의의 승리는 미국에 대한 불신을 결코 종식시키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부시 행정부는 규칙을 따르지 않겠다는점을 여러 차례 분명하게 밝혀왔기 때문이다. 다음 사실을 상기해보자. 부시 행정부는 유럽에 지구온난화 문제에 간여하지 말라고 했고 러시아에게미사일방어체제(MD)를 거론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또 개발도상국들에게는 구명용 약품거래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하고 멕시코에게 이민문제를 재론하지말라고 주문하는 한편, 터키 사람들에게 엄청난 모욕을 주었고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탈퇴하는 등 불과 2년 사이에 온갖 일들을 저질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이 군사력은 결코 신뢰를 대신할 수 없다. 부시 행정부는 자신들의 계획에 동조하도록 유엔 안보리를윽박지를 수 있다고 분명히 믿은 것이다. 그러나 안보리 이사국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아프리카 관리는 "미국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다는말인가? 우리들을 폭격하거나 침공하겠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점을 생각해보자. 미국은 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해 연간 4천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게되지 못할 경우 달러가치는 크게 하락하고 늘어나는 예산적자는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이다. 외국인 투자는 이미 점차 고갈되는징후들을 보이고 있어 미국은 앞으로 일련의 전쟁시리즈를 겪어야 할지 모른다.
이라크 전쟁은 이를 하나의 `시범사업`으로 보는 신보수파 지식인들의 머리에서 대부분 나온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8월 부시팀과 가까운 한 영국 관리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바그다드로 가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사나이들은 테헤란을택하려고 한다." 올해 2월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에 따르면 존 볼튼 미 국무차관은 이스라엘 관리들에게 미국이 이라크를 패배시키면 다음 차례로는이란, 시리아, 그리고 북한을 `손봐주겠다(deal with)`라고 말했다.
이라크는 정말 이들 여러 나라 가운데 첫 번째 표적인 것일까? 일련의 전쟁을 원하는 것 같은 `부시 독트린`만이 아니라하더라도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실제 표적이 되거나,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국가들은 가만히 앉아서 자기들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지는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를 악물고 무장을 할 것이며 아마도 선제공격을 할지도 모른다. 자기들이 말하는 주제가 무엇인지를 정말 아는 사람들은북한의 핵 계획에 대해 극도로 신경과민 상태에 있으며 한반도 전쟁이 어느 때라도 터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진쟁중인 상황으로 볼 때미국은 북한이나 이란과 별도로 싸우든지, 아니면 동시에 싸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내에 생길 전선이다. 이 전쟁이 어떻게 일어나게 됐는지 제대로 살펴보자. 이라크문제에 대해 강경해진 경우가 이전에도 있었다. 격분한 클린턴 행정부가 지난 98년 폭격을 검토한 것이 그런 경우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폭격의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부시 행정부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의) 핵 계획에 대한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 주장은 결점이 있거나 거짓된 증거에 토대를 둔 것으로드러났다. 이라크와 알카에다간의 연계를 주장하지만 정보기관 내부의 사람들은 이 주장을 넌센스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황당한 일들은 미국국내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왜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부시 행정부의 동기를 불신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일단전쟁이 터지면, 어떠한 비판도 비애국적이라고 요란하게 비난해온 사람들의 합창이 우리들을 거의 귀머거리를 만들 것이다.
이제 부시 행정부는 제아무리 근거없는 주장을 펴도 별 탈이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된다해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며, 오히려 전쟁을 벌이는 편이 지지표도 얻고 반대를 침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명예를 아는사람이라면 이처럼 위험한 지식을 행동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라크 전쟁이, 외교정책은 물론 국내정치에서도, 앞으로 다가올 모든것들을 결정할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