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Powerpoint가 바보로 만든다.
원문
MS 파워포인트가 바보를 만든다.
파워포인트는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게 만든다. 상업주의적인 폭군처럼 듣는
이를 지배한다. 스탈린이나 텔레비전의 은유도 파워포인트의 해악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
에드워드 터프트(Edward R. Tufte)는 대단히 특별해 보이는 학자이다. 예일
대학교의 명예 교수인 그는 컴퓨터 과학, 통계학, 그래픽 디자인 그리고
정치학을 가르친다고 하는데 이렇게 이질적인 지식들이 한 인간의 머리 속에
집적되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또 한편으로는 한없이 부럽다.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를 격렬하게 비난한 글을 [와이어드] 9월호에
기고했는데 이 흥미로운 주장을 요약 정리한다.
1.
사람들을 멍청하게 만들고 지루하게 만들며 시간 낭비에 의사소통의 질과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MS 파워포인트가 갖고 있다.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 즉 슬라이드웨어(slideware)는 화자(話者)가 주장의
개요를 표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런 화자의 편의가 내용과
청자(聽者)를 희생시키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의 기업과 정부와
학교에서 무수한 슬라이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수억 개의 파워포인트야말로,
형식을 내용보다 우위에 있게 만든다. 모든 것을 판촉 선전(sales pitches)으로
바꾸는 상업주의를 드러내면서 말이다. 또한 화자가 청자를 압도하게 만든다.
스탈린이나 텔레비전의 메타포도 파워포인트의 해악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할 듯
싶다.
2.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교에서도 파워포인트식의 인식 스타일이 채택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문장을 이용해서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을 배우는 대신 판촉
선전이나 인포머셜(infomercial)을 형식화하는 테크닉을 익힌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세 개의 슬라이드로 구성된 프리젠테이션 작성 방법을 가르치도록
가이드라인이 잡혀 있다. 각 슬라이드는 10-20 단어와 하나의 클립아트를
이용하며 이리하여 전체 프리젠테이션에서 - 단 15초면 읽을 수 있는- 80단어
정도만 들어 있게 된다. 이것이 초등학교의 일주일 수업 분량이다.
3.
기업에서 작성되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하나에는 보통 40단어가 입력되는데 단
8초면 읽을 수 있는 정보량이다. 정보가 많을 수록 더 많은 슬라이드가
필요하게 된다. 청자는 하나의 슬라이드에서 다른 슬라이드로 넘어가는 맹렬한
시퀀스를 견뎌내야 한다. 정보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면
맥락을 이해하거나 관계를 평가하기 어렵다. 관련 정보가 바로 옆에 배치되어
한 눈에 보여질 때 시각을 통한 추론이 훨씬 쉽다. 그리고 세부 정보가 더
명확할수록 명료함과 이해도가 높아진다. 이 사실은 특히 통계 데이터에서
분명해진다.
4.
암 환자와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동일한 기간 동안 생존할 확률을 비교
분석한 표를 놓고 보자. 196개의 숫자와 57개의 단어로 구성되어 생존 확률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표를 파워포인트로 옮기면 분석은 재난을
맞게 된다. 위 데이터는 6개의 혼란스러운 슬라이드로 분열된다. 겉만
번지르르한 그래프는 완전히 엉망이다. 암화화된 설명문, 의미 없는 컬러 등은
내용이나 통계적 증거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 차트의 분량이 많을 수록
통계적으로 미련하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료를 형식적인 화려함 속에
뒤섞어 놓는 제품을 팔려고 할 뿐이지, 통계 자료를 보호하거나 통계적 추론을
고무하려는 제스처를 완전히 포기하고 있다.
5.
프리젠테이션의 형식은 최소한 내용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 스타일은 내용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고 지배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마치 아이들의 학교 연극처럼 떠들썩하고 너무 느리고 단순할 뿐이다.
파워포인트의 효율성을 전면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파워포인트가
프리젠테이션를 보조하기 보다는 프리젠테이션 자체를 대체해 버린 것은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