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과 생산은 다소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생산은 일정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로든 일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다.
반면, 품질은 일정 보다는 기준에 맞게 생산되었는 지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
생산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집중 관리한다.
발주처의 입장은, 인도시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우선 순위에 있어서 생산 일정을 품질 위에 두지는 않는다.
결국, 품질이 경쟁력인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생산 부서는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을 상대해야 한다.
생산에서 가장 큰 임팩트가 되는 것은
이미 생산한 제품이 품질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여 재작업을 해야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볼트를 풀고 죄는 정도의 단순한 업무라면 시간적인 손실이 적겠으나
용접을 완료하고 도장을 포함한 후속작업까지 다 했는데
잘라나고 다시 그 일을 반복해야하는 경우라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일이 너무 많이 진척되어 재작업을 하는 것 보다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런 경우에 기술적인 접근을 통해서 임펙트를 최소화하긴 하지만
문제는 작업관련 품질절차서가 사전에 배포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대형 업체의 경우에는 관리하는 사람도, 작업하는 사람도 엄청 많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일률적으로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편을 들어줄 수 있겠지만
역시나 발주처의 입장은 품질관리체계가 허술하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가 있기 마련이지만 문제가 끊이지 않고 계속 반복된다면
불신이 쌓이고 생산에 많은 테클이 들어올 뿐만 아니라
후속 공사를 영업하는데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결국, 품질은 단순히 품질부서에서만 챙겨야 할 것이 아니라
설계, 조달, 생산, 시운전 등 모든 조직에서 기본적으로 챙겨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보는 시각에서는 딱히 그런 것 같지는 못하다는 것!!
용접생산의 측면에서 조금 현실적으로 얘기해보겠다.
용접을 빨리하면 생산성이 올라간다.
용접을 빨리하려면 전기조건을 높게 설정해야 하고 전처리나 후처리 기준도 무시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절차서(Wlding Procedure Specification)의 승인된 범위를 벗어나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WPS는 용접 후에 요구되는 물성이 나오는 조건의 범위를 결정한다.
보수적으로 결정되기때문에 현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상향 조정해 달라고 요청을 많이 한다.
조건을 높게 쓰면 NDE(비파괴검사)는 통과할 수 있어도
용접부의 물성이 요구치를 만족하는 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잘라서(파괴해서) 테스트 해보는 수밖에 없는데, 본 생산품을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WPS의 용접조건 범위를 벗어나 작업을 하여 수정작업을 해야하는데
현장여건으로 인하여 작업이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 경우, 실제 사용한 용접조건대로 샘플을 제작하고 평가를 통해 검증해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일주일 이상의 시간적인 지연을 초래하게 된다.
이 사례를 포함한 많은 부적절한 용접시공이 용접 작업장에서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게 쌓이고 쌓이면 전체 생산성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만약, 매우 중요한 부위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후속조치가 더욱 까다로워 질 수 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용접생산에 주어진 시수는 아마도 그렇게 여유있진 않을 것이고
물량이 많다면 지정된 시간 내에 다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생산위주의 관행이 이러한 사태를 초래하게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용접사는 수정에 대해서 추가로 시수가 들어가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할당량을 채우는데 급급한다.
그러다 불량을 내면 수정용접을 하고 비파괴시험을 하기 위해 48시간 이상을 대기하게 된다.
(저온균열의 발생유무는 용접 완료 후, 48시간까지 지켜봐야 한다.)
거기에 후열처리(PWHT)나 검사 지연이 발생하게 되면 더욱 늦어지게 될 것이다.
품질은 단순히 품질시스템을 잘 지켜서 작업을 완료하는 것 외에도
문제 재발율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용접부를 많이 손댈수록 재질적인 열화나 변형으로 인한 외관/정도 문제가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발주처 역시도 여러 번 작업하여 동일 품질기준을 만족하는 것보다는
한 방에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바랄 것이다.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산과 품질의 입장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로 품질 마인드를 확고히 가짐으로써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방에 품질을 만족하는 생산을 하자!'의 마인드!!
단위 작업의 속도는 다소 느릴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생산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고
그런 것들이 쌓이면 공장가동율의 여유가 생길 것이며
그것이 충분할 경우, 추가 계약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량이 넘쳐나도 공간이 없어서 계약을 하지 못했던 초호황이 조선해양산업에 얼마전까지 있었다.)
시간적/금전적 손실이 줄어듦으로써 이익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며
그 이익을 월급에 반영해 준다면? 얼마든지 선순환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