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제조업체에 입사를 했을때 설계실에서 유관부서로 도면을 배포하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공장이 조금 컸던 곳이라 걸어서 공장 전부를 돌려면
1시간 가량이 걸립니다. 그래서 많은 설계자들이 공장안의 볼일을 볼때면 자전
거를 이용했는데 그 일중의 하나가 도면배포였습니다.
잘 알고계시겠지만 설계Flow는 영업조직에서 요구사양(상품기획이죠)을 보내면
구상설계 -> 상세설계 -> Proto제작 -> 시험 -> Pilot제작 -> 시험 -> 양산의
형태로 진행이 됩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많은 설계변경이 발생하겠죠.
이 때 제작이나 발주가 필요하면 구매부나 생기쪽에 도면을 배포하게 되는데
한 손에는 도면꾸러미를 들고 한 손으로 자전거를 운전하며 공장에 퍼져있는
사무실에 도면을 배포했었습니다. 이 경우의 문제는 도면을 배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적인 낭비도 큰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설계변경된 버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한 두장의 도면으로 작업이 이뤄진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상당히 많은 부품으로 제품이 구성되는 경우는 도면의 버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조립에서 말썽이 생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공장을
돌다보면 조립라인에서 망치나 그라인더 같은 공구로 부품을 수정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컴퓨터를 이용한 도면관리
였고 좀 더 발전된 형태로 PDM(Product Data Management)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러한 시스템들의 근간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무실과 사무실을 연결해주는
네트웍이 핵심어었죠. 자전거를 이용하던 일이 사무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않아
서 키보드만으로 해결되었으니 세상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암튼 많은 기업들이 설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면으로 노력중입니다. 남들
이 하고 있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따라가는 것도 문제이겠지만 현재 짊어지고
가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겠죠. 세상은
참으로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