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서 운전에 대해 소개합니다.

운전 면허를 받는 것 부터 소개해야겠죠.

서울에서 가져온 면허를 번역하고 공증해서 가져가면 쉽게 교환해 줍니다. 

요즘은 여자들도 운전이 허용되어서 다들 차를 몰고 다니고, 도로 여건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지만, 한마디로 사우디에서의 운전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도로에 표시된 제한속도를 당연히 그 속도에서 달려야 하는 속도로 인식하는 운전자들이 있고, 1차선 왼쪽의 작은 공간을 추월하기 위한 공간으로 여기는 운전자들이 있고, 차선이 그려지지 않은 주행 속도 120km의 4차선 도로가 있고, 멀쩡한 1차선과 2차선이 갑자기 하나로 줄어들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고가 많고, 차 뒤쪽이 찌그러지거나 앞쪽이 부서진 상태로 달리는 차량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는 120km, 110km, 100km, 80km의 4 단계로 주행속도를 제한하고 있고, 가끔씩 과속 단속을 하는 케메라가 설치되어 있기도 합니다.

과속 단속에 걸리면 벌금이 만만치 않으며, 저의 경우에는 벌금 보다 무서운 것이 직장 상사의 질책입니다.  

시내 구간을 벗어나면 가끔 낙타도 만난다고 하며, 실제로 낙타와 충돌한 사람들 얘기도 종종 듣게 됩니다.

낙타와 출동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고 물었더니, 둘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낙타가 넘어지면서 내 차를 눌러서 내가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 사망하거나, 혹은 낙타가 죽거나...

낙타가 죽으면 벌금이 나온다고 합니다. (대략 40만원 정도라고 하는데, 명확하게 확인된 금액은 아닙니다.)

사우디에서 판매하는 차량은 한국에서 판매되는 것에 비해 많이 비쌉니다.

기아 쏘렌토를 기준으로 보면, 비록 엔진이 3500cc인 점과 부가세가 15%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5000만원을 넘는 것은 쉽게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참고로 서울에서는 4000만원이면 최고급 사양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현지에서 판매되는 쏘렌토의 그 세부 내용을 보면 요즘 기본이 되는 Adaptive Cruise기능이나, 전후방 충돌 방지 장치, 차선 이탈 방지 장치, 주차 보조 기능 등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깡통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차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차에서도 같은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름과 외관만 같은 빈깡통이 여기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물론 생활하다 보니 차선도 없는 도로에서 차선이탈 방지 장치가 무슨 소용이 있을가에 대한 회의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는 첨단이 필요없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차를 사면 비닐을 벗기지 않습니다.  외관에서 확실하게 연식이 느껴지는 낡은 차에도 비닐이 남아 있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으며, 차를 사자 마자 그걸 확 다 벗겨버리는 저를 보면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보기도 합니다.

리야드 같은 대도시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지방 소도시에서는 우리가 세단이라고 부르는 승용차는 인기가 없고, 다들 사륜 구동의 SUV를 그것도 가능한 큰 차를 선호합니다. 제반 여건 때문에 안전을 고려하여 그렇게 선택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만, 그렇다고 미국처럼 픽업 트럭을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인기있는 차종들은 여전히 일본차이며 여기에 독일과 미국 차들이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차들은 약간은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느낌인데, 전반적인 품질에 대한 인식은 아직은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최근에는 중국 차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20년 전에 처음 중동에 왔을 때에 감동으로 바라 봤던 랜드쿠르저가 아직도 인기있는 중고차이고, 여기서 중고차 가격은 대부분 매우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다들 안전 운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