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여러 대학교에서 다양한 특강과 세미나를 진행했었지만, 해외 대학에서 강의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나름 좋은 경험이었기에 관련 내용을 소개합니다.

사우디내에 여러 대학교가 있지만, 가장 크고 유명한 대학은 King Fahard University라고 하며 약 7천여명의 대학생들이 800여명의 교수님이 지도를 받으며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우디 자녀들의 학비는 무료이고, 심지어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금까지 준다고 하니,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학교는 미국 캠퍼스를 연상할 정도로 넓은 땅위에 큰 빌딩들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제반 시설을 사실 한국에 비교하면 조금은 뒤 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이번에 초대된 자리는 ASME Saudi Section에서 후원하는 Mechanical Engineer Club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에서 주최한 세미나였고, 재학생은 물론이고 이미 졸업해서 현직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들도 다수 참석하는 자리였습니다.

처음에는 3인의 초대 강사가 각 하루에 1시간씩 담당하는 것으로 준비하였으나, 제가 그냥 하루에 몰아서 하자고 우겨서 오후 5시 부터 시작하여 8시까지 진행하는 3인의 특강 프로그램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약 40여명의 참석자가 있었으며, 간단한 Finger Food을 준비하여 저녁 시간을 배려해주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분명히 학생중에 여자들이 다수 있었으며, 현재 제 옆자리에 있는 사우디 여자 엔지니어도 이 학교 출신인데, 당일 행사장에는 여자 참석자가 한명도 없었습니다. 왜 그런지 물어 보니, 코로나 이전까지는 건물별로 여자 출입이 허용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번에 세미나가 진행되는 건물은 코로나 이전까지는 여성출입이 금지된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사우디내 분위기도 조금씩 개방되고 인식이 바뀌면서 지금은 그런 제한이 없지만, 여전히 많은 여자들이 그 건물에는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날 사전에 참석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었기에 너무 어려운 주제를 선정하지 않고, 우리가 잘 아는 타이타닉호의 침몰사고, 알로하에어라인의 항공사고, 재료공학책 표지를 장식했던 T-2 tanker의 손상 사례등을 중심으로 쉽고 편한 내용을 정해서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세미나 서두에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상식과 학교에서 배운 학습 내용을 깨주겠다'고 했더니, 다들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세미나 내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정박된 상태에서 두 동강이 난 T-2 Tanker

디카프리오와 케이트의 사랑으로 더 유명한 타이타닉호의 침몰

사우디 친구들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하면, 이렇게 참 엉성하게 찍어 놓습니다.

상대적으로 졸업을 눈앞에 둔 학생들의 참여가 많았으며, 한국 처럼 기계공학, 재료공학 등으로 세분되지 않고, 그냥 Mechanical Engineering이라는 하나의 학문을 배우면서 그 안에서 다양한 내용들을 학습하고 있었습니다.

4년제가 아니라 학과에 따라 5년 혹은 6년 동안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졸업후에는 일부는 해외 유학을 가고 대부분은 사우디내에서 직장을 잡아 일하게 됩니다.

해외 유학은 예전에는 거의 공짜로 누구나 쉽게 갈 수가 있었는데, 최근들어 나름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서 매년 일정 인원만을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전에 비해 유학생의 숫자가 줄었다고 하는데, 아들이 다녔던 학교를 기준으로 보면 이런 얘기는 현실과 다른 엄살로 인식합니다.

좋은 경험이었고, 다양한 질문과 토론으로 세미나가 종료된 이후에도 한동안 세미나 장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