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내용도 제가 여기 사우디 아람코에서 근무하면서 느끼는 점을 정리한 것이기에, 전체 외국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일률적인 적용되는 경험은 아닐 것으로 이해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에는 사우디 사람들은 일부 Manger 성격의 관리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Junior들로 구성되어 있고,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전체 동료들의 절반 정도가 외국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베네수엘라와 같은 중남미 출신, 남아프리카, 수단 등의 아프리카 출신, 인도와 파키스탄 출신도 많고 필리핀과 중국계도 제법 되며, 가깝게는 이집트 출신 그리고 카자흐스탄 등 전세계 각지에서 모인 나름 필살기의 내공을 갖춘 친구들이 바글바글 합니다.
공식언어는 영어이지만, 가끔씩 저 사람이 지금 얘기하는 게 영어가 맞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단어 선택이나 발음은 정말로 다양해서 가끔씩 회의 시간에 집중해서 듣지 않다 보면 뭔 얘기를 하는지 잘 못 알아듣는 경우도 흔합니다. 본인 업무의 전문성 보다는 유창한 영어 하나로 살아남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접하기에 영어의 중요성과 아쉬움을 아주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의 직장 생활에서 느끼는 동료애 혹은 팀원으로서 느끼게 되는 공동체 인식은 별로 없습니다.
정해진 관리 기준에 따라 주어진 일을 각자 혹은 팀을 이뤄서 진행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아주 간단한 조언 이상의 간섭은 서로 안 합니다. 직접적으로 서로 조언을 요청하는 경우도 매우 제한적이며, 심지어 뭔가 조언이 필요해서 제가 작성한 초안을 검토하고 의견을 달라고 해도 아주 친분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저 묵묵 부답입니다. 그러다가 제가 쓴 보고서가 너무 좋다는 관리자의 평이 나오면 서둘러 제 보고서를 Template로 삼아서 활용하겠다고 보여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 이해하기 어려운 동료들입니다.
아마도 다들 각자의 기준에 따라 계약서가 체결되고 그 내용에 따라 스스로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문화에 익숙해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이해합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동료 의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한국에서는 참 이기적이라고 평가받을 만한 행동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행해지고 있고, 관리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현란한 처세술에 가끔씩 놀라기도 합니다. 물론 그 와중에 동병상련을 느끼면서 가까워지는 동료들은 당연히 있습니다만, 그들 속에서도 한국인이 느끼는 이웃, 친구, 동료의 이미지가 얼마나 크고 강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우디 자체가 술이 금지되고 마땅한 놀이문화가 부족하다 보니 퇴근하면 다들 집으로 갑니다. 게다가 거의 모든 외국인 엔지니어들은 사무실에서 걸어서 다닐 정도의 거리에 사택이 주어지니 퇴근 후에 회사 앞 호프집에서 한잔 하자는 식의 문화는 전혀 없습니다. Team Building을 위해 회식을 하지는 얘기도 간혹 나오기는 지난 9개월 동안에 그런 일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국적이 같거나 모국어에서 유사성이 있는 동료들은 따로 잘 어울리고 특히 가족이 함께 와 있는 경우에는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 저녁에도 서로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때 특이한 점은 그들은 그냥 다 친구이며 한국인들처럼 형이나 동생의 개념이 없습니다. 한국인은 모이면 서로 나이를 묻고 다시 그 나이 서열에 따라 형 동생으로 구분하고 그 서열에 따라 대화에서도 상대방을 예우해주는 그런 문화가 있으며, 심지어 아내들도 같은 기준으로 서로 서열을 매기는 데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그런 문화는 없습니다. 아주 나이 많은 노인네 들은 당연히 약간 예외이겠으나, 그런 연배의 사람이 우리의 동료로 이웃에 있지는 않습니다.
일을 나눠서 할 때는 아주 분명하고 확실하게 업무 Scope를 나눠줘야 합니다.
대충 적당히 얘기하면 각자 알아서 자기 몫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면 많이 실망합니다. 특히 사우디 Junior들에게는 거의 시범을 보이는 수준으로 설명을 해 주고 업무 기준을 나눠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속으로 욕 실컷 하면서 그 일을 혼자서 다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들 웬만해서는 I am sorry를 외치지 않습니다.
미국인들이 습관적으로 그저 실제는 전혀 미안하지 않으면서도 말을 꺼낼 때 쓰는 그런 Sorry 조차도 잘 쓰지 않습니다. 다들 뭐가 그리 바쁘고 힘들고 일이 많은 지 끝없는 핑계와 이유가 밀려오는데, 거기에 대고 정색하면서 질책을 하면 그 순간 왠지 내가 꼰대가 된 느낌이 들면서 분위기 싸 해집니다. 어쩌다 Sorry가 서두에 나와도 그건 진짜 미안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다른 핑계를 이어 붙이기 위한 일종의 미사여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의 판단과 결정으로 인해 책임을 질 상황은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기준으로는 쉽게 제시할 수 있는 명확한 결론도 웬만해서는 깔끔하게 전달하지 않고 이것 저것 잔뜩 조건을 붙이고 최종 선택과 결정은 상대방이 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를 자주 접합니다.
편하게 쓰다 보니 왠지 Positive 보다는 Negative의 어조가 더 강하게 전달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오랜 시간 살아오고 직장생활을 해온 사람의 기준으로 볼때에는 함께 일하는 동료 외국인들이 겉보기엔 개인주의가 강하고 동료애가 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런 기준의 구분 보다는 각자 본인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살아남는 능력이 아주 강하다고 평가합니다.
Thomas Eun
좋은 내용이네요. 한국에 이미 외국 근로자가 200만명이나 된다니 제목이 “외국인으로 일하기” 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인들이 관심이 많은 중동, 일본, 유럽, 호주, 캐나다, 미국 등은 잘 아시는대로 각기 다른 근무 조건과 분위기를 가지지요. 용병이 다수냐, 소수냐, 영어권이냐, 비영어권이냐, 그리고 설계, 건설, 운전 등에 따라서, 또한 선진국, 개도국 등의 발전도에 따라서 많은 차이를 가지지요. 이에 따라, 나라와 지역을 선정하실 때는 현지 경험이 있는 지인들과 충분한 사전 대화를 나누는 것이 꼭 필요하겠지요. 특히, 최근에는 해외 취업 사기단이 많아 특히 주의가 요구됩니다.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외국인들이 이기주의로 보이겠지만 일본인의 입장에서는 한국인들이 상당히 이기주의로 보일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사항은 외국인으로 일하기 몇년-십여년간은 큰 내부 갈등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개인/가정 우선주의로 이해를 하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아침 5-7시에 출근하고 3-5시에 퇴근하여 운동도 하면서 가족과 보내는 문화를 이해하면서 말이지요.
이제 세상이 하나의 시장인 만큼 Global 과 함께하는 삶은 평범한 일상 생활이 된 것 같습니다. 캐나다, 미국 교민 중에도 중동, 유럽, 호주, 남미 등으로 파견/이직 근무 중인 (경력 포함)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서 일을 하던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임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