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 도전을 이제 막 시작한 분들에게 조언을 드립니다.

 

총 16주에 걸친 기술사 강좌가 시작된지 5주째가 되는 시점에서, 어느 수강생으로 부터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질문을 받고 어떻게 회신을 드려야 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제 애기를 해 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리해 보면서, 기왕이면 이글을 다른 수강생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도전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공유해 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석사,박사 과정을 했고, 기술사도 당연히 일을 병행하면서 공부했습니다.

석사를 하기 위해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는 초강수도 던져야 했고,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에는 지방에 있는 회사로 옮겨서 서울까지 수시로 왕래하면서 학업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Plant의 기본 설계에 속하는 '부식환경하의 재료선정과 적용'이라는 좀 특이한 업무이다 보니, 주변에 마땅한 멘토가 없었고,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의 많은 전문가들과 교류하다 보니 저도 뭔가 좀 더 나를 알릴 수 있는 명함이 필요하기도 했고, 부족한 전문 지식을 채우는 기회도 필요했습니다.

 

주변에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IMF가 막바지이던 시절에 회사에 야간 대학원이라도 보내 달라고 품의를 올렸고, 어렵게 사장님께까지 전달된 품의서에 사장님께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으로 보내라'는 의견과 함께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문구 하나 때문에 처음에 제가 고려했던 야간 대학이 아닌 정규 대학원 과정을 그것도 제일 좋은 대학이어야만 한다는 단서 조항으로 저의 발목을 잡았지요. 당시 인사팀의 해석은 최고 대학이어야 하기에 서울대와 카이스트 둘중에 하나를 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전에 있는 카이스트에 도전했다가 좌절된 이후에, 인사담당 임원이 '사장님이 주신 기회를 네가 놓쳤으니 이제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라고 저의 의지를 밟아 버리더군요. 애초에 제가 고려했던 회사 근처의 야간 대학원은 사장님이 언급한 최고가 아니기에 허용해 줄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당시 12년째 직장 생활을 했던 제 퇴직금이 약 2천만원 정도였고, 그걸 가지고 2년 대학원 과정을 마칠 수 있을 거라는 무모한 기대값을 가지고 아내의 동의를 받고 회사를 정리하고 모교로 돌아가서 정규 대학원 과정으로 석사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사표를 내면서 인사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사장님의 지시를 받은 것은 나와 회사 모두인데, 도대체 회사는 나를 최고의 대학으로 보내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느냐고... 그저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 좌절되니 그 결과만 가지고 더 이상의 지원은 불가하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대학원 진학을 확정하고 얼마 안되어 마침 다른 대기업에서 학원 지원을 조건으로 일자리를 제시해 주셔서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었으나, 잦은 국내외 출장 등으로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모든 걸 다 채워나가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냥 평범한 직장인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고,

제가 인생의 목표로 삼는 75세까지 현역으로 뛰는 엔지니어의 삶을 채울 방안을 없어 보였습니다.

 

아마도 기술사 강좌가 시작되고 이제 4주 정도 지난 시점에서, 그동안 깊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금속재료에 대한 좀 더 세부적인 내용들을 접하게 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인해 학습의 의욕이 좀 꺾이기도 하고 스스로의 부족함에 많은 반성과 함께 이렇게 부족한 상태에서 계속 도전하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는 분도 계실 겁니다.

 

여러분이 지금 겪는 어려움을 저는 십분 이해하고 녹녹치 않은 여건에 깊이 공감합니다. 

금속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특히 금속재료의 원론적인 애기들을 접하면서 충분하게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히지만, 이제 시작이니 조금씩 강좌를 진행해 가면서 점차 이해의 폭과 깊이가 분명하게 확보될 것이며, 그렇게 되도록 저와 강사진 모두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첫날 말씀드렸던 것 처럼 궁금하신 점이나 아쉬운 사항이 있으면 강사님에게 바로 추가 질의해 주시고,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저에게 관련 사항을 전달해 주세요.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저는 도전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늘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담장 너머의 세상을 접해 보지 않은 분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담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출입문의 열쇠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나간다고 해서 바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지만, 분명히 새로운 세상을 향해 좀 더 큰 시각과 도전의 장을 만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소개합니다.

 

저는 2016년에 SK그룹에서 그룹임원으로 승진해서 공식적인 기록으로는 2021년 말까지 품질담당 그룹장으로 임원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21년 가을에 조직 개편이 되면서 좀 더 큰 조직을 맡게 되었으나, 제가 먼저 손을 들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Specialist의 길을 걷던 사람이 Managing Director가 되는 경우도 흔하지 않겠으나, 임원이 짤리기 전에 그것도 좀 더 큰 조직을 맡겨 주자마자 먼저 사표를 내고 나온 사례는 그리 흔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제가 먼저 손을 들지 않았다면, 어쩌면 해당 임원의 자리를 몇 년 더 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봐야 회사가 나를 지켜주는 시간은 길어야 몇 년 더 연장되는 수준일 것이며, 제가 속한 회사가 더 이상 EPC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 저와 같은 전문가 Track을 걷는 사람에게는 회사의 Vision이 저의 미래와 동일시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2021년 9월에 경연진에게 사퇴 의사를 통보하고, 2021년 연말에 지금 제가 근무하고 있는 사우디아람코로 이직을 했습니다.

이곳 사우디 아람코의 생활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글을 참고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서는 저와 비슷한 많은 외국인 용병들이 정년 이후까지도 계속 계약 연장을 해 가면서 나름의 역할을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여기서도 저의 직장 생활은 정년 까지 이기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길들을 분명하게 확인해 가고 있으며, 그 길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스스로 판단하는 엔지니어로서의 정년이 언제 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75세까지 현역에서 일을 할 것입니다.

어느 직장 소속이 될 수도 있고, 지금 제가 운영하는 (주)테크노넷을 통해 개인이 스스로 Technical Consultant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저와 비슷한 도전의 의지가 있다면 지금 느끼는 어려움과 갈등을 조금만 더 참고 이겨내시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머물고 있는 담장 밖의 세상에서 정년 이후에라도 여러분과 함께 진정한 엔지니어로서 함께 전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도몰라요 2023-06-14 14:11

힘이 닿는데까지 현역에서 일하시길 응원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도 바랍니다.
늦지않았나 생각되지만,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준비해보려합니다.

 

코믹 2023-06-15 20:34

이박사님, Life Testimony(인생소감) 잘 읽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듯 합니다.

양호카인더 2023-06-22 15:36

박사님의 실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험을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테시 2023-07-06 13:34 추천: 1 비추천: 0

걸어나가신 발자취를 음 예전에 쓰신 책을 보면서 어렴풋이 생각하다가 우연히 쓰신 글을 보고 감명을 받아 박사님과 비슷한 track을 밟을 수 있는게 가능하면 좋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여러가지 자격증을 접하면서 아 결국에는 용접기술사를 취득해야 겠구나 생각해서 관련 강좌도 2년 전에 수료하였으나 역시 절대적인 공부 시간이 많지 않아, 아직 취득은 어려운 길인 듯 합니다. 이것 저것 공부 한지 10년 넘게 지나서 관련 품질 일을 하고 경력은 늘어가는데 어쩐지

 

회사에서의 쓸모는 점점 작아진다는 생각이 들어(근래에 한국EPC쪽이 플랜트 쪽이 일이 줄어가는 추세여서요) 이직을 시도하기도 했었는데 아직은 쉽지 않더라고요. 몇 년 전에 아람코 Quality Engineer job을 오퍼 받기도 했었는데 역량차인지? 3년 전 계약직 이야기가 나와 Drop 한 적도 있습니다. 

다니셨던 선배가 그때 아직 30대 후반이라 계약직은 말리시더라요. 좀 더 전문적인 품질 업무를 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역시 가정이 있는 입장에서 안정이라는 문제도 외면하기 어려웠습니다. 박사님 글을 들어와서 가끔 읽지만 경험과 후배들은 위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제가 다니는 회사는 아니지만 같은 그룹에서 일했으면 저의 track도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서 후배 분들이 부럽습니다. 

 

저의 목표도 70대 까지 현역으로 일하는 것인데 좀 더 공부해보고 갈고 닦으면서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줘니 2023-11-21 08:06

박사님 책으로 공부하고 노력해서 2년만에 이번 차수 용접기술사 면접까지 진행했습니다. 재료와 용접 책과 알기쉬운 용접야금학, 실전용접기술사 까지 박사님 여하 많은 선배님들께서 정말 알기쉽게 잘 풀어주신 글들 덕에 실업계 고교 졸업생인 제가 이렇게 면접의 기회까지 얻게 됐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드리고 얼굴 한번 뵙지 못했지만 제 인생의 방향성을 바꿔주신 박사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아직 면접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떨어져도 이상할것 없으니 더 정진 하고 노력해서 합격하고 나서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말씀 올리겠습니다. 

관리자 2023-11-21 13:06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 결과 나오면 알려주시고, 앞으로도 계속 테크노넷과 함께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후배 들을 위해 좋은 글도 종종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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