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은 안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물과 전기


사우디에 2년간 살면서 변화된 삶의 태도 중에 가장 큰 것은 수도와 전기를 아끼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수도와 전기 요금을 따로 정산해서 내야 하는 경우에는 좀 예외가 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현재 제가 살고 있는 Camp에서는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아래 통계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우디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뭔가 절약하고 아끼는 느낌은 안 듭니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은 회사에서 제공한 사택으로서 수도와 전기가 공짜로 제공되기 때문에, 한국처럼 요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도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집들이 밤에도 침실 이외에는 불을 끄지 않고 생활하고 있으며, 심지어 집 뒷마당에 장식용 전구들을 24시간 계속 켜두는 집도 많습니다.

에어컨은 1년 365일 계속 켜놓고 생활하기에 가족들이 모두 휴가를 가도 늘 집안의 온도는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아래 그래프는 2022년도 OECD에서 발표한 전세계 1인당 전력사용 상위 국가 통계 자료입니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1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 8위 수준이고 대만이 9위 그리고 일본이 10위인 걸 보면, 경제 규모나 산업 설비의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사우디가 세계 11위의 소비 국가라는 것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스크린샷 2023-12-10 water.png

 

2023년도 Worldometer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하루 물 소비량은 1,671리터 정도로 세계 58위인데, 사우디 아라비아는 한국보다 많은 1,871리터로 세계 49위의 엄청난 물 사용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양은 전세계 평균 소비량의 2배가 되는 매우 큰 양입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사막 기후를 기준으로 바라 보면, 도무지 믿기 어려운 숫자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도 미국식 뒷 마당을 각 집마다 가꾸는데, 앞 뒤 마당에 스프링 클러를 얼마나 많이 틀어 놓는지, 바나나 나무에서 열린 바나나에 한국의 잘 익은 황도 복숭아처럼 물이 가득하고 물먹은 화장지 처럼 질퍽한 것을 보면 이쁜 외모와는 달리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한때 사우디가 자국에서 생산되는 밀을 수출했던 국가였다는 사실은 저를 더더욱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모두 사막에 엄청난 규모의 농장을 지어놓고 막대한 양의 물을 소비해 가면서 작물을 재배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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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제 서울 사무실을 방문한 사우디 친구가 창문 너머 남산을 바라 보면서, 제게 이런 질문을 했었습니다.

저 산을 저렇게 가꾸려면 물 호스를 얼마나 깔고, 하루에 소모되는 물의 양이 어느 정도나 되느냐?

처음엔 그 말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했으나, 중동 지역을 방문해 보니 바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여기는 거의 모든 나무에 물 호스를 연결해서 계속 물을 공급합니다.

 

아래 사진은 실제로 구글 지도 혹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면서 확인할 수 있는 리야드 북서쪽 사막에 설치된 농장들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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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절약과는 먼 세상의 전기와 수도 품질은 조금 관점을 달리합니다. 


전기는 전압이 수시로 변동이 심하여 전자제품의 성능이 불안정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주 정전도 일어나고 에어컨이 잦은 정비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고장을 일으킵니다.

작년 한해는 1달에도 몇번씩 에어컨 수리를 요청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구는 거의 대부분 LED를 사용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면 반 영구적이라고 하면서 선전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예전에 우리네 백열전구 사용했던 것 처럼 전구가 자주 수명을 다해 교체해 주어야 합니다.

결국 전기의 품질이 제품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가정에 공급되는 수도는 3종류가 들어오는 데, 뒷마당에 공급되는 청소용과 식물 재배용 물, 욕실과 화장실 용으로 공급되는 약간의 염분이 섞인 세면용 물, 그리고 수처리를 제대로 거쳐서 부엌 수전으로 공급되는 음식 조리용 물로 구분됩니다.

여기에 먹는 식수는 다들 생수를 사서 먹으니 그렇게 따지면 집에 총 4가지 물이 공존합니다.


처음에 뒷 마당으로 공급되는 물을 가지고 세차를 했더니, 옆집 사람이 나와서는 그물을 그런 용도로 쓰면 안된다고 기겁을 했습니다.

물이 너무 더러워서 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절대로 쓰지 말라고 조언을 하고 깨끗한 물로 세차를 하라고 조언을 합니다. 
욕실과 화장실에 공급되는 물은 정수를 거치긴 했으나, 여전히 염분이 남아 있는 물이어서 수전들이 쉽게 부식되고 욕실에 설치한 철제 제품들이 금방 부식으로 녹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들 정수기 필터를 달아서 사용하고는 있으나,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여기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수준의 수도와 전기를 쓸 수 있게 해 줄 테니, 대신에 지금 사용량의 50%를 줄이라고 하면 다들 어떤 선택을 할까?

 

어제 저녁에도 2시간 넘게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경험을 하면서, 문득 이곳의 수도와 전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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