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식되어 버린 동메달 얘기

올림픽 규정에 따르면, 메달의 제조시에 성분에 대한 기준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 금메달은 99.9% 이상 순도의 순은으로 만들고 그 위에 금을 최소 6g이상 도금하도록 되어 있고,

- 은 메달은 순은이며,

- 동메달은 구리 95%와 아연 5%로 만들어진다.

파리 올림픽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었으나, 여기에 추가로 에펠탑 보수 과정에서 나온 철(Fe)를 각 18 gram씩 6각형 모양으로 추가하였다.

가끔씩 메달을 딴 선수가 메달을 이빨로 물어 보는 사진을 소개하면서 저거 순금이 아니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있는데, 순금이 아닌 것은 맞지만 금으로 도금된 표면 아래에는 은이 존재하기에 그걸 이빨로 깨물면 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그렇게 제조된 동메달이 1주일도 안되어서 부식으로 추정되는 손상이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남자 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 동메달리스트 나이자 휴스턴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메달의 앞면은 부식이 진행돼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뒷면도 테두리 부분이 벗겨졌다.
휴스턴은 "새것일 때는 정말 멋있어 보이는데 땀이 조금 묻은 채로 친구들도 착용하게 했더니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메달 품질이 좋지 않았다"며 "마치 전쟁터에 나갔다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문제가 되자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는 즉시 새 메달로 교체를 해 주었다고 한다.

올림픽 위원회의 기준에 따르면 동메달의 재질은 황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구리와 아연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합금을 황동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함유된 아연의 함량에 따라 내식성은 분명하게 차이가 난다. 아연 함량 15%는 황동의 내식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번 프랑스 올림픽에서 동메달에 부식으로 추정되는 손상이 발생하였을 때에 많은 사람들이 탈아연부식을 주장했으나,

이는 탈아연 부식의 기본을 모르는 지적이 될 수 있다. 탈아연부식은 아연의 함량이 15%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며,

지금과 같이 아연의 함량이 5%인 경우에는 특정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는 한 그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

더군다나 해당 메달은 그렇게 장시간 정체된 부식성 물에 잠겨 있지도 않았다.

메달 중간에 부착된 철 조각에 의한 갈바닉 부식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이것도 두 재질이 동시에 부식환경에 노출될 경우에 구리 보다 철이 먼저 부식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가 된다.

결국 현재까지 인터넷을 떠도는 손상의 원인들은 대부분 근거가 없거나, 금속재료와 부식에 대한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의 막연하 추측이라고 봐야 옳겠다.

비록 아연이 5%가 들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해당 메달은 구리가 주요 성분이 되고 구리는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기와 접촉하면서 구리가 가지는 고유한 부식층을 표면에 형성하게 되고, 이는 시각적으로 불편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엔 표면에 색감을 보존하기 위한 코팅을 적용하게 되는 데, 이번에 프랑스에서 문제가 된 것은 그 코팅층이 어떠한 외적인 요인에 의해 손상되면서 국부적인 부식을 촉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누군가 제대로 된 분석을 실시해서 밝히겠으나, 여전히 메달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재료와 부식 전문가가 없었던 것으로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