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생수 이야기
앞서 내가 살고 있는 곳에 공급되는 물의 종류가 3가지로 구분되고 있으며, 여기에 추가하여 실제로 먹고 음식을 하는 물은 모두 별도로 생수를 사용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우리집에서 사용하는 물의 종류가 총 4종이라고 소개했다.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총 물 소비량은 158억 입방 미터였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농업에 할당되었고, 1인당 소비량은 하루 102L에 이르렀으며, 이는 전세계 평균치에 거의 2배에 달하는 양이라고 한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에는 2006-2023년 평균 286L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며, 정부의 물 절약 홍보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통계 자료는 출처에 따라 약간씩 수치를 달리하기에 그저 경향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림 1. 사우디아라비아의 물 사용량 추세
전세계 물 사용량 평균의 2배 정도를 사용하는 물 과다 사용국가에 속하는 사우디에서 사용되는 물의 용도와 출처는 그림 2와 같이 약 23%의 물이 도심지역의 생활 용수로 사용되고 있었으며, 이중에 음용수는 전체 물 공급량의 약 10% 이내라고 한다. 약 70%에 가까운 물이 담수화 설비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나머지 30% 이내가 지하수로 구성된다. 수도물이 공급되기는 하지만, 전체 인구의 54%가 생수를 사서 먹고 있기에, 실제로 수도물을 식수로 활용하는 사례는 그리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이해한다.
그림 2.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물 소비 형태 구분
오늘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판매되는 생수에 대한 얘기를 염분과 관련하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사우디에서도 다른 유럽의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탄산수와 생수의 두가지가 시중에 판매된다. 탄산수는 느낌상 유럽의 것에 비해 탄산이 강하지 않고 약간은 단맛이 전혀 없는 김빠진 사이다와 같이 밍밍한 느낌이 강하여 개인적으로 그리 선호하지 않으며, 사우디 사람들에게도 그리 대중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이해한다.
이하에서는 탄산이 들어있지 않은 생수를 기준으로 정리한다.
페트병으로 공급되는 생수는 330mml, 500ml, 600ml, 1000ml등 다양한 사이즈의 용기에 담겨서 판매되고 있으며, 브랜드별로 가격과 품질이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0.5리터 생수 한 병에 1~2리얄 정도이고, 슈퍼마켓에서 24병들이 묶음으로 구매할 경우 20~30리얄 정도에 구입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생수 가격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실제로는 대부분 할인을 많이 해서 이 보다 더 싸게 구입한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왜 상대적으로 분명하게 물이 흔한 한국에서 생수가 그리 비싼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과거 오래된 자료를 보면 사우디의 생수 품질이 미생물 검역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주로 유통 과정에서의 관리 문제와 생산 시설의 위생 관리 부족, 그리고 일부 노동자들의 낮은 훈련 수준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으나, 내가 직접 경험해 보는 현재의 사우디 모습은 과거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름을 느낀다. 모든 생수병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운송과정에서 열에 녹아서 변형된 생수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사우디가 얼마나 뜨거운지 그리고 그 온도에서 유통되는 생수의 품질 관리에 약간의 의심은 여전히 남게 된다.
그림 3. 운송과정에서 뜨거운 사우디의 낮 기온에 의해 변형된 생수병
사우디에서 판매되는 생수의 나트륨 함량은 일반적으로 1리터당 20mg에서 50mg 사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참고로 국내 자료를 확인해 보니, 한국내 판매되는 생수의 나트륨 함량은 2.10~18.50mg이었고, 수입생수는 8.25~17.98mg이었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한국에서 판매되는 생수에 비해 이곳 사우디의 생수가 가진 염분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TSD를 비롯한 많은 양의 수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4. 사우디에서 판매되는 생수의 품질 표시
과연 어떤 물이 더 몸에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옆에 있는 사우디 동료에게 그들의 선호도를 물으니 아주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람코에서 승인하는 물을 먹는다.
즉, 옆자리에 앉아 있는 동료들이 모두 엔지니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구체적인 수질과 관련된 분석 수치 보다는 그저 회사에서 승인해 주는 내용에 더 신뢰를 부여하고 있었다.
여기서도 에비앙 생수와 같은 고급 브랜드의 생수가 많이 선호되는데, 에비앙 생수의 가격은 한국에 비해 너무 싸다. 참고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에비앙 생수의 가격의 한국의 것에 비해 5배 정도 비싸다고 하는데, 왜 한국에서 그리 비싼 것인지 이해하기 여전히 어렵기는 하다.
염분이 많다는 것을 지난 3년간의 사우디 생활에서 그리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는데, 최근에 식기 세척기의 품질에 아쉬움을 표명하는 아내의 하소연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언제 부터인지 모르겠으나, 아내가 설거지를 하고 나서 심지어 식기 세척기를 거친 그릇을 다시 생수로 씻어 내고 있기에 이유를 물으니, 식기 세척기에서 나온 그릇 표면에 하얀 얼룩이 묻어 나고 있고 짠맛이 느껴진다는 하소연이었다.
참고로 식기 세척기에 공급되는 물은 생수는 아니지만, Sweet Water라고 부르는 그나마 품질이 좋은 물인데, 그 물 조차도 내가 사는 Camp에서는 음용수로 마시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결국 Sweet Water가 공급되는 수도꼭지에 다시금 브리타 정수기 필터를 추가로 설치해서 사용하고 있다.
물 절약은 안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물 품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