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 제도는 왜 현장을 바꾸지 못하는가: 부실 용접 잔혹사를 끊기 위한 법적·제도적 실효성 확보가 시급하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성수대교 상판이 무참히 강물로 떨어져 내리며 등교하던 학생들을 포함해 32명의 소중한 목숨이 희생되는 미증유의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대검찰청 특별수사본부와 전문가들이 밝혀낸 결정적 원인은 다름 아닌 ‘수직재 트러스 접합부의 용접 부실’과 형식적인 유지관리였다. 그로부터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국가는 이러한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술사법에 근거한 기술사 제도를 공고히 다져왔다. 매년 엄격한 검증을 통해 설계·시공·감리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최고의 용접 및 금속 분야 기술사들을 배출해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광주대표도서관 건설 공사 현장의 붕괴 사고는 우리에게 참담한 의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성수대교의 비극에서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는가?"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의 도서관 건립 현장에서 철골 구조물이 연쇄 붕괴하여 노동자 4명이 무너진 잔해에 매몰돼 현장에서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과 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도화선 역시 철골 구조물 기둥과 보를 연결하는 장스팬 트러스 접합부의 ‘총체적 용접 불량’이었다. 주요 접합부의 용접 불합격률이 무려 80%를 넘었고, 접합부 강도가 설계 기준의 3분의 1 수준(23.5~35.5%)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격증과 기량 평가도 없는 무자격 용접공의 투입, 용접량 부족, 그리고 이를 완전히 방치한 감리 부실과 불법 재하도급이 겹쳐진, 그야말로 성수대교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고스란히 답습한 인재(Human Error)였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용접 및 금속재료 분야의 고도화된 야금학적 지식을 갖춘 국가 최고 자격자인 기술사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이 현장을 바꾸지 못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전문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행 건축·건설 관련 법령과 시공 관행이 이들의 기술적 검증 권한을 원천적으로 소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 기술사 직역 간의 권한 다툼이나 업역 논리가 아니다. 철저히 '현장 안전 확보'라는 본연의 목적에서 바라봐야 할 실무 제도의 치명적인 허점이다. 현행 건축법 제48조(구조내력 등)에 따른 구조 안전성 확인은 구조역학적 계산과 부재 선정을 담당하는 건축구조기술사의 고유 영역이며, 이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진짜 문제는 역학적으로 완벽하게 설계된 부재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일체화되는지, 즉 '용접 접합부의 야금학적 건전성'을 담보할 실질적인 검증 체계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구조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조물의 하중을 최종적으로 지탱하는 야외 현장 용접(Field Welding) 전반을 아우르는 정밀한 엔지니어링 감독이 필수적이다. 시공의 첫 단추인 용접절차사양서(WPS/PQR)의 기술적 검증부터, 현장에 투입되는 용접사의 자격 및 실질적인 기량 검증(WQT), 그리고 시공 중 입열량 제어와 열처리를 포함한 용접부 품질 관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라도 용접 전문가의 손길을 벗어나면 대형 참사로 직결된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완공 이후다. 구조물이 가동에 들어간 이후에도 환경적 요인과 피로 하중으로 인한 용접부의 품질 유지 여부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감독하는 사후 관리 체계가 반드시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공사감리자 지정 제도 및 건설사업관리 지침 체계 내에서는 금속·용접 분야 기술사가 이러한 전주기적 핵심 공정을 상주 감독하거나 비파괴 검사(NDT)의 신뢰성 및 구조물 건전성을 최종 검증(Sign-off)하도록 강제하는 법적 장치가 없다. 역학적 계산이 아무리 완벽해도, 접합부의 야금학적 건전성이 깨지거나 사후 관리가 부실하면 구조물은 순간적으로 사상누각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두 차례의 참사로 목격했다. 최고 전문가들의 손발을 묶어둔 채, 비전문가의 육안 검사나 서류 위주의 형식적인 체크리스트에 의존하는 관행은 이제 끝내야 한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기술사법 제4조(기술사의 의무)는 기술사에게 공공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할 것을 엄격히 명하고 있다. 법이 기술사에게 이토록 높은 직무상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만큼, 국가 역시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마땅하다.

  1. 첫째, 건설기술 진흥법 및 건축법 하위 지침을 개정하여, 설계·시공 계획 단계에서 용접절차사양서(WPS/PQR)의 적정성 검증과 현장 투입 용접사에 대한 기량 검증(WQT) 프로세스를 용접 분야 기술사가 직접 검토하고 승인하도록 법적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
  2. 둘째, 공사감리 및 건축물 관리 기준을 전면 정비하여, 시공 중 용접부 품질 관리는 물론, 완공 후 구조물의 용접부 품질 유지 여부를 주기적으로 평가·감독하는 업무에 해당 분야 전문 기술사의 참여와 최종 검증을 제도화해야 한다.

국가 자격 제도가 단순히 명함 위의 타이틀로만 존재하는 사회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전문 엔지니어에게 초기 검증부터 사후 주기적 평가까지 실질적인 권한과 그에 따르는 법적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는 제도적 강제성 확보만이, 32명의 피로 얼룩진 성수대교의 비극과 이번 광주 도서관 참사의 잔혹한 사슬을 끊어내는 유일한 과학적 해법이다. 정부와 입법 당국의 과감하고 즉각적인 법령 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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