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한국과 현재의 한국

— 장기간 해외에 거주한 한국인이 한국을 바라보는 방식

 

주) 글을 정리하면서 AI의 도움을 받아 문장을 가다듬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이 글은 특정 개인의 경험이나 필자의 개인적인 해외생활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다.

이민, 유학, 직업, 가족 등의 이유로 오랜 기간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주변의 한국인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에게서 가끔씩 나타나는 생각과 행동의 특징을 정리해 본 것이다.

따라서 모든 해외 거주 한국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며, 서로 다른 환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일반화하려는 의도도 없다.

다만 오랜 해외생활이 한국과 해외를 바라보는 기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를 생각해 보는 하나의 관찰이다.

 

기억 속의 한국과 현재의 한국

장기간 해외에 거주하다 보면 자신이 한국을 떠날 당시의 경험이 현재의 한국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과거의 직장문화, 사회 분위기, 행정서비스 등에 대한 기억이 현재에도 그대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 역시 지난 시간 동안 상당히 변화했다. 문제는 해외에 오래 거주할수록 이러한 변화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데 있다.

반면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해외의 변화는 매일 직접 경험한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현재의 해외’와 ‘기억 속의 한국’을 비교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의료서비스를 바라보는 기준도 다르다

사우디에서 생활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해 상당히 다른 평가를 접하게 된다.

외형적으로는 미국 수준의 의료기술과 시설을 갖춘 대형 병원이 있고, 일정한 조건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진료 과정에서 경험하는 의료서비스의 수준이나 접근성에 대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일부 한국인들은 중요한 진료나 검진을 위해 휴가 기간에 한국을 방문한다.

반면 미주 지역 등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전문의 예약에 장기간을 기다리고 높은 의료비를 부담해 온 사람들에게는 이곳의 의료시스템이 오히려 상당히 만족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같은 시스템을 경험하면서도 평가가 다른 이유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비교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활해 온 사람에게는 병원 예약과 진료, 검사, 전문의 상담 등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익숙하다.

해외생활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같은 서비스가 훨씬 편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국은 때로 지나치게 단순하다

어릴 때 동네 구멍가게에 가서 두부 한 모를 사오던 기억처럼, 한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해외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특별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의 의료서비스, 행정서비스, 온라인 민원, 결제 시스템 등은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다.

하지만 해외에 오래 거주하면 이러한 변화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기억 속의 한국이 현재의 한국보다 더 강하게 남아 있을 수 있다.

한국의 행정이나 정치에 대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동일하게 평가하는 경우도 비슷하다.

물론 한국 사회에 여전히 개선해야 할 문제는 존재한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만으로 현재의 한국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다.

 

해외 경험 역시 현재의 해외와 다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 대한 인식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과거에 해외 학회나 국제회의에 참석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해외에서는 원래 이렇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며칠간 학회나 출장으로 경험한 해외와 실제로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현실은 다를 수 있다.

생활비, 의료비, 세금, 행정, 교육, 주거, 직장문화 등을 직접 경험하면 과거에 여행이나 학회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만나게 된다.

따라서 과거의 해외 경험 역시 현재의 해외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해외 학회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제화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랜 해외생활을 한 사람들 가운데 한국인들이 해외 학회나 국제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는 경우도 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본인은 해외 학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활동해 왔기 때문에, “왜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가?”라는 아쉬움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동일한 방식으로 전문성을 발전시키거나 국제사회와 교류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 학회에 참석하지 않는 데에는 비용과 시간, 업무상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국내 학술대회나 현장 경험, 연구와 프로젝트 수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외유성 참석’이라는 평가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해외 학회에 참석하는 것 자체를 ‘외유성 행사’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참석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는 다른 문제다.

만약 자신이 과거에 해외 학회에 참석하면서 학술적인 목적보다는 여행이나 친목의 성격이 강했던 경험이 있었다면, 다른 사람들의 해외 학회 참석 역시 비슷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내가 과거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한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오늘날 해외 학회에 참석하는 목적은 연구 발표, 기술정보 습득, 전문 네트워크 구축, 고객 및 전문가와의 교류, 새로운 기술동향 파악 등 다양하다.

따라서 참석자의 구체적인 목적과 활동, 학회의 수준과 성격을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일괄적으로 ‘외유’라고 규정하는 것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해외 학회 참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다.

“왜 미국에 오지 않느냐?”고 묻기 전에
“왜 한국에는 오지 않는가?”

한국에서도 다양한 국제학술대회와 전문기술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물론 모든 행사가 동일한 수준의 국제적 권위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오랜 해외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여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라고 해서 반드시 더 높은 학술적 권위를 갖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개최된다고 해서 그 가치가 낮은 것도 아니다.

학회의 가치는 개최 장소보다는 누가 참여하고, 무엇을 발표하며, 어떤 지식과 경험이 교류되는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기준’이 아니라 ‘상대의 기준’도 이해하는 것이다

장기간 해외에 거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이다. 그러나 그 경험이 오히려 하나의 고정된 기준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을 떠날 당시의 경험으로 현재의 한국을 평가하고, 과거에 경험한 해외의 모습으로 현재의 해외를 판단하며, 자신에게 중요했던 활동을 다른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과 선택의 기준은 다르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내 기준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해외 학회에 가지 않는다면 가지 않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누군가 한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를 선택한다면 그 역시 자신의 전문적인 판단일 수 있다.

 

마무리

장기간 해외에 거주한 사람에게 한국은 단순히 좋은 나라 또는 문제가 많은 나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은 비판하고 싶은 현실이면서 동시에 가족과 친구, 언어와 문화, 익숙함 때문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한국의 문제를 자주 이야기하면서도 은퇴나 직업, 가족 등의 이유로 다시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것을 반드시 모순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

사람에게는 ‘어디가 더 좋은가’와 ‘어디에서 내가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가 서로 다른 질문​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은 한국이 얼마나 변했느냐뿐만 아니라, 한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기준이 얼마나 변했는가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

 

기억 속의 한국도, 과거에 경험했던 해외도 현재의 현실과는 다르다.

어쩌면 해외생활이 길어질수록 필요한 것은 한국을 더 좋게 보거나 더 나쁘게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한국’과 ‘현재의 한국’을 구분하고,
‘내가 경험한 해외’와 ‘현재의 해외’를 구분하는 것
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선택을 평가하기 전에,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선택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 오랜 해외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을 보다 객관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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