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석유 매장량이 세계 3위라는 이야기가 한때 언론에 등장하면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필자 역시 당시 이 주제에 관심을 갖고 관련 자료를 조사했으며, 여기저기 초청을 받아 강연을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북한에는 정말 그렇게 많은 석유가 있을까? 실제로 원유가 발견되기는 했을까? 발견되었다면 왜 지금까지 북한은 주요 산유국으로 등장하지 못했을까?
이번 연재에서는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북한의 석유 탐사 역사와 현재의 석유 산업을 AI의 도움을 받아 다시 정리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글에서는 북한의 석유 부존 가능성, 세계 3위 매장량 주장의 근거, 그리고 실제 탐사에서 확인된 사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과거 북한의 석유 매장량을 둘러싸고 상당히 큰 숫자들이 등장했다.
일부 자료에서는 580억~73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주장했고, 약 1,470억 배럴에 달해 세계 3위 수준이라는 이야기도 유통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들은 국제적으로 검증된 확인매장량(Proved Reserves)이 아니다.
2004년 영국·아일랜드계 석유기업 Aminex의 최고경영자 Bryan Hall은 북한에서 채굴 가능한 석유가 약 40억~5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탐사와 개발을 통해 확인된 매장량은 아니었다.
그림 1. 과거 제기된 매장량 수치의 비교. 수치의 크기는 지질학적 신뢰도나 실제 생산 가능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러한 숫자를 이해하려면 석유 산업에서 사용하는 자원량의 구분이 필요하다.
| 구분 | 의미 |
| 탐사잠재자원량 (Prospective Resources) |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지층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회수 가능 자원 |
| 발견자원량 (Discovered Resources) | 실제 발견된 집적구조에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자원 |
| 확인매장량 (Proved Reserves) | 발견된 집적구조에서 정해진 기술·경제적 조건에 따라 상업적 회수가 합리적으로 확실한 물량 |
즉, 석유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수십억 배럴을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특히 세계 3위라는 주장은 그 산정 근거와 원자료가 명확하지 않다.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당시의 석유 개발 기대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북한에서 가장 주목받는 석유 탐사 지역은 서해의 서한만 분지(West Korea Bay Basin)이다.

그림 2. 북한 서한만과 중국 발해만 일대의 지리적 관계를 보여주는 참고 지도. (출처: Assessment of undiscovered conventional oil and gas resources in the West Korea Bay–North Yellow Sea Basin, North Korea and China, 2017 | U.S. Geological Survey, usgs.gov)
중국 발해만(Bohai Bay)은 중국의 주요 석유 생산지역으로, 여러 유전이 개발되어 있다.
북한의 서한만은 발해만과 인접한 북황해 퇴적분지의 동부에 해당한다.
2026년 한국지질학회 연구에 따르면 서한만 분지는 수심 약 75m 이하의 비교적 얕은 대륙붕에 발달해 있으며, 육상 안주분지와도 연결된다.
다만 발해만과 서한만이 인접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석유 저류층이 연속된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북황해분지의 동부와 서부는 서로 다른 지질구조와 발달 과정을 가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주요 탐사 대상 지역은 다음과 같다.
| 지역 | 탐사 특징 |
| 서한만 분지 | 가장 많은 해상 탐사정 시추와 유징 확인 |
| 안주·숙천 지역 | 육상 퇴적분지 및 유징 보고 |
| 신의주·온천 지역 | 서해 연안 퇴적층 탐사 |
| 길주·명천 지역 | 동북부 육상 퇴적분지 |
| 동한만 분지 | 동해 해상 석유·가스 탐사 |
북한의 석유 탐사는 1965년 연료자원지질탐사국 설립 이후 본격화되었다.
1970~1980년대에는 중국과 소련의 지원을 받아 탐사정 시추를 진행했으며, 노르웨이 GECO 등 해외 기업이 탄성파 탐사에 참여했다.

그림 3. 1980년대 해상 석유 탐사에 사용되던 시추설비의 일반적인 모습. 북한의 특정 시추설비로 확인된 사진은 아니다. (출처: The Glomar Main Pass III oil platform and the Lady Vilma in Exmouth Gulf, 6 November 1982)
2026년 발표된 한국지질학회의 연구에서는 북한이 과거 총 42개의 탐사정을 시추한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특히 서한만에서 시추한 18개 탐사정 중 9개에서 유징(Oil Show)이 확인되었으며, 두 탐사정에서는 실제 원유 시험 생산 기록도 보고되었다.
• 서한만 주요 탐사 실적: 18개
• 탐사정: 9개
• 유징 확인: 2개
시험 생산 기록
| 탐사정 | 시추연도 | 보고된 원유 시험 생산량 |
| 605호 | 1985년 | 235배럴/일 |
| 610호 | 1989년 | 425베럴/일 |
표 2. 북한의 서한만 탐사 결과. 출처: 한국지질학회, 2026. 시험 생산량은 지속적인 상업 생산량이 아니다.
이 기록은 북한의 일부 퇴적층에 실제로 석유가 존재한다는 중요한 근거이다. 다만 시험 생산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었는지, 저류층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경제적으로 생산 가능한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의 석유 개발 역사에서 흥미로운 사례는 영국·아일랜드계 석유 탐사기업 Aminex의 참여이다.
Aminex는 2001년부터 북한의 석유자원에 관심을 보였고, 2004년 북한 정부와 20년간의 석유산업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북한이 보유한 기존 탐사자료를 분석하고 유망 광구를 선정하는 한편, 해외 투자와 탐사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
2005년에는 Aminex의 Bryan Hall 대표가 북한의 석유자원 규모를 40억~50억 배럴로 추정한다는 발언이 보도되었다.
당시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이었지만, 구체적인 탐사정과 저류층 평가를 통해 확인된 수치는 아니었다.

그림 4. 해상 탄성파 탐사선의 일반적인 모습. Aminex가 추진했던 해상 탐사방식을 설명하기 위한 참고 사진. (출처: Riviera - News Content Hub - TGS secures offshore seismic survey and software contracts)
2010년 Aminex는 싱가포르 Chosun Energy와 공동으로 설립한 Korex를 통해 북한 동해의 약 5만 km² 해상광구에 대한 생산물분배계약(PSC)을 체결했다.
초기 사업은 기존 탐사자료의 재처리와 새로운 2차원 해상 탄성파 탐사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사업은 상업적인 유전 발견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Aminex는 2012년 북한 석유 탐사사업에서 철수했다.
Aminex의 사례는 유망한 지질구조가 존재하더라도 탐사자료, 투자, 기술 및 안정적인 사업환경이 확보되지 않으면 유전 개발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의 석유 탐사에는 세 가지 중요한 제약이 있었다.
첫째, 경제적으로 개발 가능한 저류층의 규모가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탐사정에서 원유가 생산되었지만 장기 생산성과 가채매장량은 검증되지 않았다.
둘째, 현대적인 탐사 및 시추장비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북한은 과거 외국산 해상 시추설비를 도입했고 국산 시추장비 개발도 추진했지만, 해상 유전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설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셋째, 해상 경계 문제와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이 있었다. 특히 중국과의 해상 경계 및 공동개발 문제는 서해 탐사사업의 진행에 영향을 미쳤다.
북한에 석유가 있을까?
과거 탐사 결과를 보면 북한의 일부 퇴적분지에 실제 석유가 존재한다는 것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북한이 수백억 배럴의 확인매장량을 보유한 산유국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세계 3위라는 주장과 영국 Aminex의 낙관적인 전망은 당시 북한 석유 개발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석유 산업에서는 추정이나 기대보다 탐사정 시추, 저류층 평가, 장기 생산성 시험 및 경제성 검증이 중요하다.
결국 북한의 석유 문제는 석유가 있느냐 없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석유를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 제2편에서는 북한의 석유를 찾기 위해 참여했던 해외 기업들과 실제 사용된 탐사·시추장비를 중심으로 그 역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 한국지질학회, 「한국해역 석유 및 가스 자원탐사에 관한 연구개관: 도전과 전망」, 2026. 논문 보기
• Joseph S. Bermudez Jr., North Korea's Exploration for Oil and Gas, 38 North, 2015. 보고서 보기
• Aminex Chief Says North Korea Deal Could Be Making of Us, The Irish Times, 2004. 기사 보기
• Aminex Signs Vast PSC off East North Korea, Oil & Gas Journal, 2010. 기사 보기
• Nautilus Institute, An Updated Summary of Energy Supply and Demand in the DPRK. 자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