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김은지 2001-12-29 11: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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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마음이 넘치면 별이 됩니다.

잠을 못 이룬채 뒤척이고 있을 그대를 위해 내가 별이 되어 드릴께요.
어머니는 자기 안에서 자라나는 태아에게 자기 자신을 주고,
그 아이가 태어나면 젖과 체온을 줍니다.
주지 않으면 오히려 고통스러운 것, 그게 바로 사랑입니다.

`처음`이란 건 참 느낌이 좋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더욱더.
그러나 불행히도 내게는 첫 사랑이 없습니다.
그건 나의 사랑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이었으므로
내가 마음에 담고 있었던 그녀는 그때 이미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한 발짝도 다가갈 수 없어 다만 먼 발치에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내 심정이 오죽 쓰라렸습니까.

그랬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달콤하고 황홀할 거라고 상상하던 내게
사랑은 너무 혹독한 시련으로 다가왔습니다.
긴 밤내내 전해 주지도 못할 사연들만 끼적이다 뿌옇게
새던 그날들. 세상에는 사랑으로 인해 더없이 행복한 사람들도
있지만 때로는 슬픔만 안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보고 싶은 마음이 넘치면 별이 됩니다.
지금은 깊은 밤, 잠을 이루고 있을,
아니 어쩌면 잠을 못 이룬채 뒤척이고 있을 그대를 위해
내가 별이 되어 드릴께요.
그리움 때문에 눈물 흘리지 마십시오.
지금 그 사람이 곁에 없다고 해서 한숨만 내쉬지는
마십시오.
그 사람은 비록 당신 곁에 없지만 우리 마음에 어찌
이별이 있겠습니까.
비록 그대가 곁에 없어도 마음만은 항상 그대와 함께인 것을.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면 그대와 떨어져 있는
물리적인 거리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깟 보고 싶음이야 무슨 대수겠습니까.

눈이 내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눈도 얼마든지 사람의 가슴을 찌르는 비수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날 길을 걷다 우연히 그녀와 마주쳤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팔짱을 낀채 아주 행복하게 걷고 있었습니다.
하염없이 그 두 사람을 바라보다 나는
이제 그만 그녀를 놓아주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녀를 위해 내 마음속으로부터 그녀를 떠내보내기로 마음먹은 것이지요.

좁은 새장으로야 어디 새를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새가 어디로 날아가더라도 내 안에서 날 수 있도록
나 자신이 점점 넓어 지는 것.
그것만이 유일하게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임을.
나는 참으로 가슴아프게 깨닫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랬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이성을 처음 사랑한 그 시절
지금 생각해 보니 참 풋내 나는 시절이었지만
그때만큼 순수하고 진실했던 때는 내 일생에
다시 없을 성싶습니다. 아프고 괴로웠던 한 시기 였지만
그로 인해 내 삶이 더욱 성숙해 지고 풍성해질 수 있었을 거라는
사실을 부인 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 하나 사귀더라도 저 사람이 내게 도움이 될까
안 될까부터 따지는 요즈음, 계산과 이해득실이 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그 순수함이 새삼그립습니다.
주는 사람이 그 아름다움이 오래도록 영롱하게 빛을 발합니다만
받으려고만 하는 사랑은 잠시의 반짝거림으로 끝이 나고 맙니다.
주는 사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쁨과 행복을 키우지만
받으려고만 하는 사랑은 슬픔과 허무를 키우기 때문입니다.
아무 조건없이 아무런 바람없이 그저 주기만 해보세요.
그러노라면 어느덧 더 깊은 사랑이
자신의 가슴 가득 고여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바치는 것은 바다와 같이 한량없으며
애정도 바다와 같이 깊을 것입니다.
바치게 되면 그만큼 많이 갖게 되는 것입니다.
양쪽 모두가 무한하니까요."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한 대목
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면 줄수록 가슴속에 채워지는 건 공허함이 아니라
사랑과 행복 그리고 기쁨입니다.
퍼낼수록 그득히 고여 오는 샘물처럼
사랑이란 주면 줄수록 더욱 넘쳐나는 아주 신비로운 것
혹시 아시는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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